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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등같은 기와로 "이제 정자됐네"

[한옥집짓기⑦] 한옥에 어울리는 지붕은 기와뿐이다

등록|2009.05.13 19:52 수정|2009.05.13 19:52
한옥이 완성되었다. 아니, 뼈대가 완성되었다. 지붕을 얹고 벽을 치고, 바닥을 달면 그야 말로 완성이다. 일단 지붕을 올려야 비를 막을게 아닌가.

지붕에 올릴 수 있는 자재엔 여러 종류가 있다. 특히 수입건축자재가 늘어난 요즈음에는 수식어만도 수십 가지에 이르는 지붕마감재들이 있다. 원료도 다양해서 흙, 플라스틱, 철판, 동판, 스테인리스 등이 쓰인다. 과연 어떤 지붕마감재를 써야 할까.

보편적으로 싸면서 편안하게 쓰이는 것이 아스팔트싱글이다. 값도 싸고 시공도 편해서 많이 쓰이는데 보통 지붕의 구조재 위에 방수 시트 등의 루핑을 깔고 그 위에 마감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경제논리와 원칙과의 갈등

나의 경우에도 아스팔트싱글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애초에는 나무껍질로 지붕을 잇거나 초가집을 구상했었다. 주변의 만류도 한 몫 했지만 내 스스로도 지속적이고도 주기적인 관리와는 거리가 먼 듯 느껴져서 탈락시켰다.

무난하다고 생각했던 아프팔트싱글의 경우는 내가 생각하는 한옥과 너무 거리가 느껴졌다. 마치 한복 입고 머리 위에 중절모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던 와중에 목수가 넌지시 던진다.

"처마곡선 예쁘게 잡을 테니까 기와로 해보시던지."
"그...래요?"

사실 한식기와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도 비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지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보면 볼수록 어여쁘게 자리 잡은 뼈대를 보니 기와가 딱 어울릴 것 같았다. 아니, 정말 기와여야만 될 것 같았다.

"아는데 있어요? 잘하는데."
"잘하는 것은 잘 모르겠구, 전에 같이 일한데 있어요."

결국 바로 연락해서 다음날 기와전문 업체 사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이리저리 줄자를 대고 면적을 재더니 견적을 뽑았다. 1700만원. 전에 한식기와만으로 견적을 뽑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 가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해진 가격이었다. 머리를 쓰고 어쩌고 할 것도 없었다. 이미 선택을 해 놓고 끼워 맞추는 식이었으므로 바로 계약이 이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좀 다른 곳과도 연락해서 비교견적을 해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식사와 숙박은 별도로 공사 후에 마을 근방의 민박집겸 식당에 내가 따로 정산했다.

▲ 멀리서 봐도 폼난다. 이러니 다른 마감재를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암키와 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다. 아침 안개속으로 뒷산의 능선과 한옥의 지붕선이 대치를 이룬다. ⓒ 임준연


첫날 8시까지 도착하겠다고 했던 팀이 조금 늦었다. 이미 기와를 나를 지게차와 굴삭기가 와있었고 11톤 트럭에 기와도 실려서 왔다. 길이 커브이고 협소해서 긴 트럭이 못오고 마을 입구에서 지게차로 실어 나르는 일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굴삭기는 지붕에 흙 얹는 것을 돕게 했다. 일이 훨씬 빠르게 진척되었다. 바로 반나절 만에 보토를 깔고 기와를 올리는 작업이 마감되었다.

전통 한식기와의 작업은 꽤 까다롭다. 얼핏 보면 나도 할 수 있을것 같지만 직접 지붕에 올라가서 기와를 놓다보면 줄이 맞지 않고 간격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가 아니면 간격과 줄맞추기가 힘들뿐더러, 처마의 곡선과 지붕의 3차원적 곡선을 따라가기란 더욱 힘든 일이다. 숙련된 고수 두 분에다가 손을 맞출 두 분 포함 네 분이 붙어서 일을 시작했다. 많이 해본 일이라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두 분은 지붕 아래서 자리를 잡고 흙을 준비하면 크레인을 움직이는 사장이 기와를 싣고, 흙을 싣고 하는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 졌다.

천년을 이어온 우리 지붕

'옛날엔 어떻게 했을까.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동안 작업을 했겠지'

갑자기 조선의 풍속화인 김홍도의 '집짓기'의 장면을 그려보았다.

첫날 일을 마치고 업체사장은 5일 정도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 깜냥에 포클레인 덕분에 한나절은 줄인 듯 했다. 그날 제대로 쓰지 못하면 포클레인 비용도 낭비다. 흙을 지붕에 얹는 것은 불과 삼십분 정도. 나머지 하루 종일 할 일을 준비해 놓아야 했다.

집 주변 둔덕을 정리하고 벽에 바를 흙을 한곳에 쓸어 모으는 작업과 오수관 하수관 나가는 길들을 파 놓는 것으로 주문했다. 현장은 진흙땅이라 경사지 뿐 아니라 평지도 비만 오면 차가 다닐 수가 없었다. 진입로의 경사땅을 정리하고 한쪽으로 물빠짐용 구덩이를 파 놓았다.

이틀째, 밤사이 내린 비로 장비가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전날 기와를 얹어 놓아서 '쟁이'들이 작업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오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일을 쉴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 개는 듯하자 바로 다시 지붕에 올라가서 일을 시작하는 '쟁이'들.

암키와가 한 줄씩 나란히 놓이는데 한 장 한 장 겹쳐지는 범위가 거의 3/4에 이른다. 이러니 다른 재료보다 비쌀 수밖에. 이걸 개량해야 한옥 짓는 비용이 줄어들 거다. 그나마 개량한 것은 재료가 달라진다. 시멘트, 플라스틱, 고무, 스테인리스, 동판등. 수입되는 기와를 보면 골이 있어서 집어넣고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한 요철시스템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 기와는 그것이 아니다. 평평한 암키와는 오목한 골 역할을 하기위해서 최대한 깊숙이 서로를 포개줘야 바람 부는 날의 빗물이 안쪽까지 스며들지 않는 것이다.

이런 비효율 같으니라구. 하지만 무겁기만 한 이 기왓장들이 만만치 않은 숫자가 지붕위로 올라가는 것은 이미 많은 양이 올라간 흙과 더해져 엄청난 무게로 건물의 구조를 누른다.

진짜 생태주택은 한옥이다

혹자는 이 부분을 두고 '한옥이 이 땅에서 안 되는 이유'라고 꼬집어 이야기한다. 하지만 또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이렇다. 나무로 놓인 개판위에 통나무를 쪼갠 적심. 그 위에 흙이 올라가고 또 그 위에 구운흙으로 마감된다. 그 어떠한 석유화학제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가 지금 현재를 살면서 놀랄 점이다.

하다못해 '생태집짓기'를 하면서도 일정 부분 이상은 이 땅에서 재활용이나 분해가 되지 않는 재료들이 들어간다. 다만 쓰레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재들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효율'과 '비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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