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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조 사법부' 댓글 수십개  재판간섭 오해? 누가 뭘 오해했나?

"신영철 대법관, 사과 아닌 사퇴해야"... 의견 표명 후 판사들 분노 확산

등록|2009.05.14 13:43 수정|2009.05.14 18:33

▲ 신영철 대법관의‘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대법원 관계자가 대법원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당사자는 물러날 뜻이 없고, 판사들은 자진 사퇴만이 법원을 살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를 둘러싼 법원 내부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지난 10일 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의 '경고·주의촉구 권고'결정이 내려진 이후 법원내부는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일단 일선 판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윤리위의 결정에 실망한 판사들은 울분을 토했고, 일부 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신대법관에게 엄중경고 조치를 하고, 그 이후 신 대법관이 법원내부통신망에 사과 표명을 하였으나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분노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이렇게 상황이 복잡해진 것은 신 대법관의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 법원내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일선 판사들과 직원들은 신대법관의 사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단적인 예로 신 대법관의 게시글 아래에는 '▶◀ 근조 사법부'라는 댓글이 수십개 이어지고 있다. 법원내부에서 차지하는 대법관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신 대법관의 '사과는 하되 사퇴는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표명이 있은 뒤 판사들의 발언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노조도 신 대법관 사퇴 촉구 등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공언한 상황이다. 

▲ 서울남부지법 소속 단독판사 29명은 14일 오후 서울 신정동 청사 중회의실에서 단독판사회의를 열고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에 대해 "명백한 재판권 침해 행위로 위법하고 부당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직원들이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 남소연


[정원 판사]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의정부지법의 정원 판사는 "이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는 시점에 온 것"이라며 "더 둘러서 말하기도 그렇고, 신대법관님은 이제 그 무거운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시기 바란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법관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사법독립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재판 내용을 두고 법관의 진퇴를 주장하는 행태는 명백히 사법독립의 침해라고 생각하지만, 법관 개인의 사사롭지 않은 처신을 두고 진퇴를 말하는 것조차 사법독립을 위하여 금지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추태를 보인 일부 국회의원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형사소추조차 불가능한 대통령마저도 적절치 못한 언행을 이유로 임기중에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유독 법관에 대해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요 개념법학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박재우 판사] "신대법관, 사과 아닌 사퇴해야"

정읍지원의 박재우 판사는 "신영철 대법관님의 사과가 아니라 사퇴가 필요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판사는 "신 대법관님께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일생을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하셨다"며 "짐을 진다는 것은, 곧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사과로 무마하시겠다면 이는 결코 짐을 지겠다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신 대법관님께서 대법관으로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한 전국의 모든 법관들의 재판 앞에 '이메일 재판', '핸드폰 재판'이라는 오명이 항상 붙어 다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예영 판사] "재판간섭 오해? 누가 뭘 오해했다는 건가?"

▲ 신영철 대법관. ⓒ 유성호

해외연수 중인 김예영 판사도 내부통신망을 통해 신 대법관의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판사는 "사법부 내부에서 재판에 대한 간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하였다"는 신대법관의 유감표명에 대해 "오해의 빌미를 제공하신게 아니고, 사법부 내부에서 재판에 대한 간섭을 하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도대체 누가 뭘 어떻게 오해한다는 것인지,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 관여나 사법행정권 남용이 아닌데 국민들이나 일부 판사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어떤 명분으로라도 사태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법원노조도 15일 성명을 통해 강력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법원노조는 "쉽게 끝날 것 같던 문제가 이제 법원가족들이 큰 용기를 내야 할 만큼 절박한 사태로 비화되었다"며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은 신 대법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법원노조는 "사건의 장본인은 격무에 힘든 판사들에게 고뇌의 결단을 내리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고 사퇴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노조는 또한 "1만 명의 법원노조 조합원들과 국민은 하나가 되어 신 대법관의 자발적 용퇴가 아닌 불명예스러운 퇴진의 결말을 맞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태 확산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

한편, 서울중앙지법의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소집하는 등 집단행동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이번엔 소수의 목소리로 그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사전 준비작업을 나름대로 하였으니 뭔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과거 선배(판사)들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지금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려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지역의 또다른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판사회의 등 다른 판사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도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사태가 확산될 지 여부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자신을 "침묵하던 판사였다"고 소개한 변민선 판사(서울북부지법)는 15일 낮 "전국 평판사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변 판사는 "법관의 신분보장이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원칙과 충돌할 때에는 상위 가치인 사법부의 독립의 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헌법적 명령(사법부 독립)을 위반한 판사가 엄중경고를 받는 것으로, 사과의 말로 마무리되고, 헌법상의 신분을 내세워 모든 것이 묻힌다면, 어느 국민이 과연 법원을 헌법기관으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신대법관님의 사퇴문제는 우리 판사 모두가 토론할 수 있고 토론하여야 한다"며 "이를 이념적, 또는 정치적으로 포장하여 판사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의 방법으로 각급 법원의 평판사회의와 법관회의, 전국 평판사회의와 전국법관회의를 개최를 제안하면서 "신대법관 사퇴문제를 넘어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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