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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 긁어내는 게 친환경" "있을 수 없는 일"

울산시 모래 준설 계획에 환경단체 "골재채취용"

등록|2009.05.14 19:47 수정|2009.05.15 12:29

▲ 태화강 주변 개발 조감도 ⓒ 태화강 조감도


"준설은 태화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황당한 일이다."

울산시가 지난 2004년에 이어 올해도 태화강 정화의 일환으로 오니 준설(강바닥에 쌓인 더러운 흙을 파냄)을 하려 하자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태화강에 해마다 적조가 발생해 곤란을 겪자 울산시가 최근 적조예방대책으로 모래톱 준설 등 10대 과제를 선정한 후, 14일 오후 3시 태화강에서 하천 준설 등에 관한 전문가 회의를 열고 추진을 논의한 것. 울산시는 태화강 살리기 일환이라며 지난 2004~2005년에도 강 하류 준설 공사를 했다.

당시 울산시는 "2004년 9월부터 2005년 초반까지 태화강 하류에서 준설한 결과 14회에 걸쳐 파낸 33만3720㎥의 모래를 입찰을 통해 처분해 14억7300만 원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화강 준설로 강물도 깨끗하게 하고 수상스포츠 경기장도 만들며, 준설된 골재의 매각을 통해 세외수입도 올리고 지역의 골재난도 해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준설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준설한 후 화학약품으로 모래를 정화하고 일부는 다시 강에 투입하는 데, 이때 빨래비누 효과를 통해 오염물질이 강에 투입된다는 것.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준설을 하면 수심이 깊어져 강물의 속도가 달라지고 오염물질 투입 등 부작용이 생긴다"며 "수질개선을 위해 준설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환경련 "환경영향평가부터 해야"

울산시와 환경단체는 태화강 살리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울산시는 이번 모래 준설에 대해 "적조를 없애기 위해 유수소통에 장애가 되는 모래톱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검토기준은 비오톱(생물서식공간)은 살리고 모래톱은 제거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오니 퇴적 등으로 수질악화 원인이 되는 모래톱과 준설 대상을 선정해 준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적조발생 원인과 대책에 대한 정확한 조사연구 자료를 발표한 적도, 타당성이 확인된 적도 없는데 울산시가 모래톱 준설장소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황당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울산환경련은 "울산시가 '비오톱은 살리고 모래톱은 제거한다'고 했지만, 모래톱은 새들이 휴식하고 먹이활동을 하는 비오톱 역할을 하는 곳인데 생태계 관련 검토를 해봤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조대책이라기보다는 골재채취를 위한 난개발의 면죄부를 얻기 위한 목적에 가까운 것"이라며 "골재채취를 위해 태화강 적조까지도 개발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준설로 인한 하천생태계 훼손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며 준설은 모래의 유실, 수질 등 하천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수서생물 서식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준설 후 저서생물군집이 회복되는 데 길게는 10년 이상 걸렸다는 보고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화강, 정말 기적인가?

울산시는 지난 십수년 동안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가며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 왔다. 그 전략에는 오수 차단 장치와 준설 등이 포함돼 있고 해마다 태화강 산책도로 등 강변 미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환경련은 오수 차단 공사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전국의 모든 하천에서 오수 차단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당연한 일에 토목공사를 접목한 것이 잘못"이라고 밝혔다.

환경련은 이어 "수년간의 사업에도 오염물질 유입은 계속되고 있고, 적조와 종 다양성 감소, 갈수기 수질악화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환경련은  "전시, 홍보효과를 위해 태화강 개발이 무리하게 추진된 결과 태화강 생태계가 오히려 훼손되고 있다는 다수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수질개선이라는 한 측면에서 추진되어온 태화강살리기 정책은 하천의 자정능력회복에는 실패했고 인공심장을 부착하는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놓았다"고 강조했다.

즉, 강변에 산책로와 공원 등을 보기 좋게 만들었지만 강의 자생력을 위해서는 둔치 토목공사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울산환경련은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울산시가 여러 가지 상도 받았지만 수질개선은 하천생태계 회복의 결과가 아니라 하천유지수량을 인위적으로 늘여 오염물질을 희석시켜 만들어낸 수치상의 개선"이라면서 "하천수질은 현재도 지하수개발, 댐방류 등의 조치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려면서 "앞으로도 수질개선을 위해 계속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악순환이 예고되어 있다"며 "태화강 수질개선이라는 전시효과를 위해 태화강의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에 생태하천조성이라는 이름표를 붙이지는 말아 달라"고 지적했다.

태화강 어떻게 살리나

환경운동연합은 태화강 생태계라는 큰 관점에서 태화강살리기 운동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태도다. 현재 산책로 건설 등 토목공사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강변을 가꾸고 있지만 강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오영애 사무처장은 "이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며 "오염원을 차단해주고 하천의 과도한 개발을 막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경예산의 대부분을 투입해서 살아있는 하천의 조화와 균형을 깨고 있는 것은 아닌가"고 반문하고 "태화강 준설은 강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사업이므로 엄격한 환경영향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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