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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익은 '앵두' 입안에 침이 가득

등록|2009.05.15 08:58 수정|2009.05.15 08:58
지난 월요일 경주를 가기 위해 산에 사시는 목사님 가정을 들렀다. 산에 살면서 온갖 먹을거리를 먹는 목사님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먹고 싶은 것 만큼 심고, 먹을 만큼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콘크리트 문화에 찌든 내 모습은 한 없이 초라하다.

봄을 지나 여름 문턱에 들어서면 목사님 집 주위에는 먹을거리가 많은데 요즘은 앵두가 무르익고 있다. 시골 어머니 집에도 앵두나무가 있지만 앵두가 붉은 색깔만 들면 참새와 온갖 새들이 날아와 익은 앵두만 따 먹는다. 씨는 버린다. 얼마나 화가 나는지. 정말 새가 밉다.

붉게 익은 앵두는 본 순간 그만 입이 벌어졌다. 입안에 침이 그냥 고인다. 목사님께 따 먹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내 손은 앵두를 따고 있었다. 함께 갔던 목사님도 연신이 앵두를 입안에 넣기 바쁘다.

▲ 붉게 익은 앵두가 먹음직하다 ⓒ 김동수

▲ 초록색 잎과 붉은색 앵두 ⓒ 김동수


한참 따 먹고 있으니 목사님 내외가 왔다. 얼마나 마음이 좋은지 아직 여기는 다 익지 않았다고 하셨다. 집 옆에 가면 앵두알이 더 굵고 잘 익은 앵두가 있다고 하신다. 말을 듣는 순간 앵두 나무를 뒤로하고 집 옆에 있는 앵두나무로 달려갔다. 정말 굵었다. 입안에 몇개 넣지 않았는데도 입안이 가득하다. 이렇게 굵은 앵두는 처음이다. 맛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일품이었다.

▲ 앵두씨알이 엄청크다 ⓒ 김동수


이 집은 농약 걱정도 없다. 돈 벌이를 위해 앵두 심은 것이 아니라 함께 먹고, 함께 나누기 위해서 심은 나무인지라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 산 중턱에 있어 공해 걱정도 없으니 앵두를 씻을 필요도 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주로 떠났다.

3일 밤을 경주에서 자면서 앵두 생각이 떠올랐다. 붉게 익은 앵두가 눈에 아른거렸다. 집에 돌아갈 때 또 한 번 입안에 가득 한 앵두를 생각하니 침이 금세 고였다. 간절한 마음이 사모님께 전해졌는데 오늘(14일) 집에 돌아오면서 다시 들렀는데 아내와 아이들에게 앵두를 따가져다 주라 하셨다. 열심히 땄다. 나 혼자 경주 간 것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맛 있는 앵두를 가져다 주면 미안한 마음을 조금 들 수 있기에.

▲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 김동수


아무리 주인이 따 가라고 했지만 염치도 없이 마구 땄다. 옆에 있던 목사님이 왜 그리 많이 따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무슨 상관이 있으랴! 이내 고무 대야에 가득 했다. 아내와 아이들 볼 면목은 생겼다.

앵두를 본 아내와 아이들은 그 자리에 앉아서 다 먹었다. 입안에 넣으면 그만 사르르 녹아버리니 입안에 남아 있을 시간도 없었다. 10분도 안 되어 그 많던 앵두는 어디론가 없어져 버리고 앵두씨만 가득 했다. 붉게 익은 앵두, 목사님 가정 때문에 한 없이 먹어 보았다.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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