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본 <김씨표류기>는 현실
영화 속 '은둔형 외톨이'와 '노숙인'의 삶은 현실에도
▲ 영화 <김씨표류기>의 한 장면. 노숙인의 모습으로 전락한 남자 김씨. ⓒ 반짝반짝 영화사
영화 <김씨표류기> 시사회에 갔었다. 장르가 드라마(코미디)이고 해서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보고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본 <김씨표류기>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주변 이웃의 모습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두 명이다.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 빚 독촉에 남자 김씨(정재영)는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 뛰어든다. 그러나 실패하고 도착한 곳이 한강에 있는 밤섬이다. 표류라기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어찌됐건 남자는 그곳에서도 넥타이로 자살을 시도하다 멈춘다. 어차피 죽는 거 이런 저런 일을 하다 죽어도 된다는 결심에서다.
여자 김씨(정려원)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다. 3년 동안 방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하루 종일 자신의 미니홈피를 관리한다. 그것도 모두 거짓으로 말이다. 여자는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면서 사회와는 단절한다.
밤섬에 남겨진 남자가 모래사장에 쓴 HELP를 본 은둔형 외톨이 여자는 늦은 밤 집에서 나와 유리병에 메시지를 넣어 보낸다. HELLO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서로 알 수 없는 소통을 시작한다. 그렇게 3개월이 흐른다. 그러다 환경정화반에서 밤섬을 찾는다. 한강 주변에 모인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하지만 막다른 길에서 잡히고 만다.
그 과정을 여자 또한 카메라에 부착된 광학 렌즈를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여자는 3년 만에 그것도 태양이 환하게 빛나는 낮에 도로를 질주한다.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시련은 있다. 그러나 영화를 아직 안본 분들을 위해 이 정도에서 멈추고 싶다. 어찌됐건 누구에게나 희망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실제 우리 주변 노숙인에 대한 이야기
▲ 영화 속 여자 김씨는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이다. ⓒ 반짝반짝 영화사
현재 서울역에는 150여명의 노숙인이 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는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지구대 장준기 팀장의 말이다.
"현재 서울역 주변에는 모두 300여명의 노숙인이 있습니다. 그들은 50% 이상이 가정의 불화로 인해 노숙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재활을 돕고는 있지만 쉽지 않아요. 몇 달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죠."
몇 년 전 나도 노숙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YTN 여기자와 함께 노숙인을 취재하면서였다. 그가 혼자 취재하기 무섭다며 동행해 줄 것을 부탁해서였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한 명을 만나 주변에 있는 중화요리집을 갔었다. 그곳에서 난 자장면을 시켰고 그는 짬뽕을 시켰다. 그러다 내가 "짬뽕국물 한번 먹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 수저를 잠시 빌려줄 것을 부탁했다. 국물 있는 음식을 시켜야 수저를 주는 가게였다.
아무튼 그는 황당한 표정을 잠시 지었고 수저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난 그의 수저를 이용해 두어 차례 짬뽕 국물을 맛봤다. 그리고 서서히 그는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찌됐건 그와 친해지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 취재가 끝난 뒤에도 난 두세차례 서울역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어찌됐건 노숙인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억이 있다.
다시 영화 이야기를 좀 한다면 <김씨표류기>를 보는 내내 그리 편하지 않았다. 영화 속 인물들과 흡사한 경우가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범죄 또한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김 모씨는 전문대 1학년을 중퇴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였다. 그의 친구는 오로지 인터넷이었다. 이웃 주민들은 그가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9월 40대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현재까지도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누구든 그냥 죽이고 싶었어요. 주변에 친구도 없고 어차피 혼자인데 어때요"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만큼 은둔형 외톨이는 위험하고 또 주변에서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사실 누구나 노숙인이 될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이번 <김씨표류기>를 통해 노숙인들을 다시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은 없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본 영화 <김씨표류기>는 경찰관인 내게 있어 주는 의미가 크다.
'은둔형 외톨이'란? |
일본어로 '히키코모리'라고 한다.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토지코모리'라고도 하고 인터넷 용어로는 '힉키'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본의 문화증후군의 하나로, 히키코모리는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며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요소로부터 비롯된 상태로 보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시기가 있다고 본다. 주로 책임감이 부여되는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소년부터 젊은 성년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데, 이때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고 중년까지의 삶을 살기도 한다. 진학이나 취직 적령기에 놓인 사람 외에도 사회인으로서 자립한 사람들도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방이나 집에서 전혀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장보기 같은 이유로 외출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사회생활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주야가 바뀐 생활을 하거나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등의 문제도 있다. 이러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타인이나 사회의 접촉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
덧붙이는 글
다음미디어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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