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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64) 운우지락

[우리 말에 마음쓰기 640] ‘사랑’할 줄 모르는 우리들

등록|2009.05.16 10:22 수정|2009.05.16 10:22
- 운우지락을 나누기도 하는

.. 사람이 결혼을 하면, 서로 이러저러한 일을 해 주기도 하지만, 운우지락을 나누기도 하는 거잖아 ..  《마저리 쇼스탁/유나영 옮김-니사》(삼인,2008) 461쪽

'결혼(結婚)'은 '혼인'으로 다듬거나 '함께 살게 되면'으로 다듬습니다. "하는 거잖아"는 "하잖아"로 손봅니다.

 ┌ 운우지락(雲雨之樂) : 구름과 비를 만나는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남녀의
 │   정교(情交)를 이르는 말. 중국 초나라의 회왕(懷王)이 꿈속에서 어떤 부인
 │   과 잠자리를 같이했는데, 그 부인이 떠나면서 자기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   저녁에는 비가 되어 양대(陽臺) 아래에 있겠다고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   - 이미 부부간의 운우지락을 맛본 적이 있는
 │
 ├ 운우지락을 나누기도 하는 거잖아
 │→ 기쁨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잖아
 │→ 사랑이나 밤일을 나누기도 하잖아
 │→ 사랑을 나누기도 하잖아
 └ …

중국 옛날이야기에서 따온 '운우지락'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낱말도 우리들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쓰기는 쓰는데, 이런 낱말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한글로 적어 놓는들,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밝힌들, 아니면 처음부터 한자로만 적는들, 말뜻을 또렷하게 헤아리는 분과 헤아리지 못하는 분을 살피면 얼마나 될까요.

국어사전에 실린 낱말풀이를 보면 "남녀의 정교(情交)"가 '운우지락'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교'를 다시 찾아보면, "(1) 매우 가깝게 사귐 (2) 남녀의 연애나 성적인 교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따오기는 중국 옛일에서 따왔으되, 말뜻으로 살피면 한 마디로 '사랑'이라는 소리입니다. 서로 사랑을 나누니 '사랑'을 나누는 셈이지만, 이를 '중국 옛일에서 빌어 온 중국말로 옷을 입혔을' 뿐이라는 소리입니다.

 ┌ 부부간의 운우지락을 맛본
 │
 │→ 부부 사이에 사랑을 맛본
 │→ 부부가 나누는 사랑을 맛본
 │→ 부부사랑을 맛본
 └ …

생각해 보면, 남녀 사이 사랑이면 '남녀사랑'이라 할 때가 가장 알맞습니다. 부부 사이 사랑이면 '부부사랑'이라 할 때가 가장 어울립니다. 다만, 이런 낱말들, '남녀사랑'이나 '부부사랑' 같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이와 달리, '형제애'나 '부부애' 같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실립니다.

그래도 '아이사랑'이나 '부모사랑' 같은 낱말이 제법 쓰입니다. 국어사전에 이와 같은 낱말이 안 실려도 우리들은 즐겁게 이런 낱말을 쓰면서 우리 마음과 사랑을 널리 나눕니다. '책사랑', '만화사랑', '영화사랑', '노래사랑', '여행사랑', '산사랑', '사람사랑' 같은 자리로 하나둘 가지를 치면서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북돋우고 있습니다.

 ┌ 남녀사랑 / 부부사랑 / 형제사랑 / 아이사랑 / 부모사랑 / … (o)
 └ 남녀애 / 부부애 / 형제애 / 자녀애 / 부모애 / … (x)

우리가 알맞춤하게 쓰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차곡차곡 실려야 합니다. 국어사전은 우리가 올바르고 알맞게 글을 쓰고 말을 하도록 도와주는 눈밝은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합니다. 지식인은 우리들 말씀씀이를 찬찬히 살피면서 국어사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날카롭게 지켜보거나 따뜻이 보살펴야 합니다.

아쉽게도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어쩌면 앞으로도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알뜰히 이루어질 듯하지 않습니다만. 언론 매체는 세상살이뿐 아니라 말글살이를 빠짐없이 들여다보는 눈길을 펼치지 못합니다만. 학교는 어른아이 누구나 참되게 말하고 참되게 생각하며 참되게 어울리도록 가르치고 있지 못합니다만.

 ┌ 사람이 혼인을 하면 …… 사랑을 나누기도 하잖아
 ├ 사람이 함께 살기로 하면 …… 사랑놀이를 즐기기도 하잖아
 ├ 사람이 서로 한집에서 살면 …… 사랑이며 기쁨이며 나누기도 하잖아
 └ …

그러거나 저러거나 이러거나, 살아가는 기쁨이 담기는 말입니다. 살아가는 재미가 스미는 말입니다. 살아가는 보람이 깃드는 말입니다. 살아가며 나누는 모든 사랑과 믿음이 펼쳐지는 말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아끼고 돌보지 않으면, 우리 말은 하루하루 시들고 주눅들고 벼랑에 내몰리는데, 우리들은 우리 손으로 우리 말을 아끼지 않고 우리 스스로 우리 글을 돌보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사랑하며 가꾸면, 우리 말은 나날이 빛나고 새로워지면서 아름답게 뻗어나갈 텐데,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빛내지 않고 아름다이 추스르지 않습니다. 그저 나 몰라라이고, 그예 내팽개칠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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