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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민꼬나잉 광주 망월동서 만난다

버마작가모임·NLD한국지부·5·18기념재단, 17일 김시인 묘역서 시낭송회

등록|2009.05.16 20:16 수정|2009.05.16 20:16
'5·18민중항쟁' 광주에 김남주 시인이 있다면 '8888항쟁'의 상징인 버마(미얀마) 양곤에는 민 꼬 나잉 시인이 있다. 생사로 갈린 두 시인이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만난다.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이하 버마작가모임, 회장 임동확)은 17일 오후 2시 광주 망월동 구묘역 김남주 시인 모지 앞에서 '제10회 광주인권상 민 꼬 나잉 수상기념 시(詩) 낭송회'를 개최한다.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와 버마행동이 공동 주최하며 5·18기념재단,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작가회의가 후원한다.

민 꼬 나잉(46·남)은 '버마의 광주항쟁'이라 불리는 '8888항쟁'을 주도할 때 랑군(양곤)대 학생회장으로 '전버마학생연맹'을 결성해 활동했다. 포 오 툰이 본명인 그는 1988년 '왕을 정복한 자'라는 의미의 민 꼬 나잉이라는 필명(가명)을 사용하며 시인으로, 민주화운동 투사로 활동했다.

'광주'·'8888' 항쟁시 발표·낭송

민 꼬 나잉은 독재타도·민주정부 수립을 기치로 전국민적 항쟁을 벌이다 3천여 명이 살해된 '8888항쟁'으로 체포·구금 돼 16년을 감방에 갇혀 살았다. 2004년 풀려났지만 2007년 터진 '샤프란혁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그해 8월 다시 체포돼 65년형을 선고받고 샨주에 있는 캥통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 버마 민주주의 투쟁의 상징인 '8888민중항쟁' 아이콘인 민 꼬 나잉. 88년 투쟁당시 '전버마학생연맹' 의장을 역임하다 15년 옥살이를 했고 이후 '88세대학생그룹'을 결성 이른바 2007년 '샤프란혁명'으로 다시 6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있다. 시인이자 민주화운동가로 버마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최방식


5·18기념재단은 버마 민주주의의 산증인이자 반독재의 상징인 그의 투쟁의지를 높이 살 뿐 아니라 버마 민주화를 염원하는 취지로 제10회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민 꼬 나잉 시인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8일(월) 거행되며, 옥에 갇힌 그를 대신해 가족 한명이 대리 수상을 하게 된다.

버마 민주화를 기원하고 한국과 버마 문화의 교류를 취지로 결성된 버마작가모임은 민 꼬 나잉의 광주인권상 수상을 기념해 '영원한 광주 시인' 김남주 선생 묘역을 참배하고 묘소 앞에서 버마와 한국 관련 시 낭송회를 열게 된 것이다.

이날 낭송될 시는 '손'(민 꼬 나잉),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양 나잉 툰), '이 세상에유'(김남주), '로터리'(임동확) 등이다. 창작시도 발표·낭송 되는 데 박광배·유종순·나해철·박윤일 시인이 참여하며 현지에서 공개·낭송된다. 행사에는 아웅 마잉 스웨 NLD한국지부 의장, 임효림 스님, 김준태 시인 등이 축하차 참여한다.

이승과 저승에서 항쟁의 아이콘

임동확 시인은 묘소 앞에서 김남주 추모시 '로터리 -心經44'를 읊는다.

"그 많은 삶의 곡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처럼 죽어가는 순간에도 전주를 퍼부을 수 있었다니/ ...영원히 정복할 수 없는 관념의 숲속마저 시퍼런 도끼날로 찍어가며/ 한치의 굴곡도 없는 직선의 행로를 긋고자 했으니... /출구가 없는 지난 역사의 시간속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슬픔 덩어리 같은 한 시인의 죽음이여..."

▲ 생전의 김남주 시인. ⓒ 최방식


민 꼬 나잉은 감옥에서 보내온 광주인권상 수상 소감에서 "미얀마 군부의 부정과 국민이 겪고 있는 실상을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알리고 글을 쓰는 등 강인한 정신을 발휘해야만 모두가 바라는 자유·정의·민주를 싹틔울 수 있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두 번째 낭송될 민 꼬 나잉의 시 '손'은 이렇다.

"참으로 자애로운 자들은 /이웃을 위한/ 아낌없이 베푸는 손을 갖고 있지/ 이웃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굶주린 자들은 기꺼이 그 손을 잡지/ 그 댓가로/ 배고픈 자들한테 바라는 건/ 아무 것도 없지.../"

김남주의 시 '이 세상에유'도 최기순 시인이 낭송한다.

 "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 /벽으로 이렇게 나를 가둬놓고 /주먹밥으로 이렇게 나를 목메이게 해 놓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부자들 말고는..."

"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

버마 시인 양 나잉 툰이 쓴 시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도 묘역에 울려퍼진다.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그의 정신은 매우 강인하고 결단성 있지/ 그리고 칼끝처럼 아주 날카롭지/ 독재자를 공포로 떨게하고/ 거의 초죽음으로 몰아가지... 비록 쇠창살 안/ 외로운 영창에 갇혀 있어도..."


민 꼬 나잉 시(詩)

참으로 자애로운 자들은
이웃들을 위한
아낌없이 베푸는 손을 갖고 있지,
이웃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굶주린 자들은 기꺼이 그 손을 잡지.

그 댓가로
배고픈 자들한테 바라는 건
아무 것도 없지.

한결같이 너그러운 자들은
이웃들을 위한
아낌없이 베푸는 손을 갖고 있지

오직 이웃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면서.

민꼬나잉, 진리의 버팀목
양 나잉 툰 시(詩)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그의 정신은 매우 강인하고 결단성 있지
그리고 칼끝처럼 아주 날카롭지
독재자를 공포로 떨게 하고
거의 초죽음으로 몰아가지.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그의 신념과  불굴의 의지는 매우 확고하지
싸우는 공작 깃발 그 자체로
감옥의 벽을 부수고 나와
놀랍고도 우아하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지.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비록 쇠창살 안
외로운 영창에 갇혀 있어도,
그의 위대한 노력과 헌신의 이야기는
온세계가 읽거나 들을 수 있지.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그렇게도 강인한 신념을, 영웅적인
진리 사랑을 보았는가
그의 고결함과 위엄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네.

오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우리 모두를 이끌어 가는
너의 의기(義氣)는 드높고 용맹하지
미래의 세대들 또한
우리들의 위대한 귀감으로 당신을
확실히 또 영원히 찬양할지니

<김남주 추모시>

로터리-心經 44
임동확 시(詩)

그 많은 삶의 곡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처럼  죽어가는 순간에도 저주를 퍼부을 수 있었다니
그는 정녕 세상을 다 살았다
변명하고 용서받기에 급급한 生前의 모오든 비겁들을,
껍데기들을 새삼 확인시키기라도 하듯이
마지막까지 눈물 한 방울 대신 엄청난 육신의 고통마저 비웃고자 했으니
누가 뭐래도 그는 진정한 강자였다
너무 많은 세상의 여백이나 꽉참을 조롱하듯
영원히 정복할 수 없는 관념의 숲속마저 시퍼런 도끼날로 찍어가며
한치의 굴곡도 없는 직선의 행로를 긋고자 했으니,

별다른 회한도 없이 잘도 회전해가는 세월의 로타리 속에서,
그리고 제 명에 죽지 못한 자들의 부풀어오른 살덩이처럼 흉하게 이그러진,
출구가 없는 지난 역사의 시간 속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슬픔 덩어리 같은 한 시인의 죽음이여
그러나 곧은 것들을 죽음을 닮아 결코 퇴로가 없음을 미처 알지 못했겠구나
그게 제 스스로가 가장 먼저 상처받는 일인 줄도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겠구나

이 세상에
김남주 시(詩)

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는

벽으로 이렇게 나를 가둬놓고
주먹밥으로 이렇게 나를 목메이게 해 놓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부자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개처럼 묶어 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짐승처럼 가둬 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주먹밥으로 목메이게 해 놓고
잠자리에서 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압제자 말고
부자들 말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천에 하나라도 만에 하나라도
세상에 그럴 사람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 봐라

나와서 이 사람을 보아라
사슬 묶인 손으로
주먹밥을 쥐고 있는 이 사람을 보아라
이 사람 앞에서
묶인 팔다리 앞에서
나는 자유다라고 어디 한 번 활보해 봐라
이 사람 앞에서 굶주린 얼굴 앞에서
나는 배부르다라고 어디 한 번 외쳐 봐라

이 사람 앞에서 등을 돌리고
이 사람 앞에서 얼굴을 돌리고
마음 편할 사람 있으면
어디 한 번 있어 봐라

남의 자유 억누르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남의 밥 앗아먹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
부자들 말고는
덧붙이는 글 인터넷저널에도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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