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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그친 아침, 싱그럽기 그지없습니다

[포토에세이] 비이슬

등록|2009.05.18 11:38 수정|2009.05.18 11:38

물방울물은 하늘의 선물, 비가 오면 만물이 춤을 춘다. ⓒ 김민수


이틀 내내 단비가 내렸습니다.

아직도 가뭄이라고 하니 오는 비가 불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비가 와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들이 생명을 얻고, 그들을 통해 또 다른 생명들도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비는 하늘이 대지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대지에 입맞추는 하늘의 거룩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매발톱의 꽃술매발톱의 꽃술 위에 맺힌 비이슬 ⓒ 김민수


비가 그친 뒤 자연을 바라보니 마냥 싱그럽습니다.

매발톱의 꽃술마다 비이슬이 맺혔고, 꽃술에 살던 작은 진딧물 같은 것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목을 축이고, 꽃술을 핧습니다.

꽃술, 그 작은 곳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기대어 살고 있습니다.

또 그들이 있어 그들도 열매를 맺고 대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은 것들이 있어 온 생명이 풍성해지듯 우리 사람사는 세상도 작은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온 세상이 풍성해지는 것입니다.

파꽃파꽃에 맺힌 비이슬 ⓒ 김민수


비가 그치자 해가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밉니다.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해가 쨍쨍한 날도 있고,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잔잔한 날도 있는 것이 자연입니다.

그러고보니 우리네 삶도 그런 것이겠군요.

내가 원하는 날과 같은 날도 있지만, 때론 원하지 않는 날도 있고,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주는 날도 있는 것이지요.

비가 오는 날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큰 위로가 됩니다.

때론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기쁜 일들이 우리 삶에 충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건 너무 욕심이고 최소한의 상식이 지켜지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작은 꽃과 비이슬비이슬 한방울 보다 조금 큰 꽃 ⓒ 김민수


내겐 작은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큰 것일 수도 있고, 내겐 소중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평생 소원일 수도 있는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때론 그것이 지나쳐 병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정작 이미 자신안에 들어와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아직 갖지 못한 것들을 가질 수 있는 길에 더 가까이 서있는 것입니다.

비이슬 한방울과 곤충비이슬 한방울보다도 작은 곤충, 그 작은 비이슬을 거닐며 논다. ⓒ 김민수


작은 꽃의 속내를 보다가 작은 비이슬 위로 자유로이 오가는 작은 곤충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작으면 비이슬보다도 작고, 그 작은 이슬 위를 오가는데 이슬이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비이슬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곤충입니다.

이렇게 비는 골고루 내립니다.

선한 사람에게니 악한 사람에게나 골고루 햇살이 비추듯이 비도 그렇게 내리는 것입니다.

비개인 날의 아침, 참으로 싱그럽습니다.

이런 싱그런 아침을 싱그러운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는 세상, 싱그러운 아침을 노래하는 것이 죄짓는다는 느낌을 갖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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