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Y중학교 3학년 7반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마치고 기념 촬영 ⓒ 오문수
윽! 냄새야! 지독하다.
토요일 여수 쌍봉종합사회복지관을 찾은 Y중학교 3학년 7반 학생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며 한 말이다. 35명의 학생들은 체육대회 때 입은 반티와 긴 체육복 바지를 입고 현장에 도착했다.
35명이라지만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건평 750평이나 되니 중 3으로선 힘들다. 따라서 청소가 주 임무다. 김지원 복지사가 학생들을 모아 놓고 시설에 관한 설명과 청소 방법 및 봉사활동의 의미를 설명한 후 조별로 청소를 시작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나중에 커서 할 게 없으면 이거라도 해야지"하는 게 아닌가. 김씨는 훈계했다. "학생,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에요"
강당이나 체력단련실 등을 청소하는 학생들은 괜찮은 편이지만 화장실을 맡은 학생들은 힘들어 한다. 연신 코를 막고 고개를 외면한 채 얼굴을 찡그렸지만 차츰 차츰 깨끗해지는 변소에 흐뭇해 한다.
▲ 여학생들의 화장실 청소 ⓒ 오문수
▲ 남학생들의 화장실 청소 ⓒ 오문수
땀을 흘리며 열심히 청소한 혜수는 "힘들어요. 하지만 보람있어요"라고 하고 또 다른 학생은 "보람 있어요. 근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집에서는 엄마가 다 해주시니까…"라고 답한다.
여러 명의 학생들에게 집에서 청소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물어봤더니 대부분 엄마가 청소를 한다고 한다. 하긴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바쁘게 학원으로 가든지 학교 앞에서 학원차를 타고 바로 학원행이니 청소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극소수다.
"지금 소원이 뭐냐?"고 물었을 때 "잠이요"라고 대답하던 학생들. 공부에 찌들려 기본 생활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강제 봉사활동은 그나마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구석구석 청소를 마친 담임교사는 장애체험을 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강당에 집합시켰다.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동그란 과자를 입으로만 옆 사람에게 빨리 전달하는 조가 이기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젓가락에 동그란 과자를 끼우는 것마저도 힘들어 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숙달돼 한꺼번에 서너개씩 전달하기도 했다. 떨어뜨려 웃는 학생, 땅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는 학생 등 가지가지다. 깔깔거리고 웃는 학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재미있어요. 힘들었어요. 손 없는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까를 알겠어요."
담임인 성희영 교사는 매사에 열성적인 분이다. 틈나는 대로 교재 연구를 하며 학생들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음미하며 가르치는 교사다. 오늘도 학생들과 사전 협의해 15만원을 성금으로 모아 장애인들을 돕는데 사용해달라고 전달했다. 장애 체험도 그녀의 세심한 계획 중의 하나다. 김지원 복지사는 말한다.
토요일 쉬는 날이라 쉬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하도 부탁해서 나왔어요. 다른 학교는 선생님들이 빨리 끝내 달라고 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제가 부탁할 뻔했어요. 어떤 학생은 화장실 청소를 시키면 '저 이런 거 하러 온 것 아닌데요'하며 반발하는 학생도 있어요. 근데 오늘은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운영하기 힘들어요.
담임교사의 얘기다.
저는 아이들이 '이런 일도 있구나. 실제로 복지단체가 어떤 곳인가. 사회복지사란 직업이 무엇인가. 이런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도 있구나' 이런 것을 깨닫는 한편 우리 사회 곳곳과 직업을 보게하려고 데리고 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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