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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프리카: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나

등록|2009.05.18 14:51 수정|2009.05.18 14:51

▲ <차이나프리카> 세르주 미셸, 미셸 뵈레 지음 / 이희정 옮김 / 에코 리브르 / 2009 ⓒ 에코 리브로

중국이 아프리카를 개척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오랫동안 유럽의 식민지, 그중에서도 장기간 프랑스의 지배아래 있었던 대륙이다. 2006년 니콜라스 사르코지는 "우리는 경제적인 면에서 아프리카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와의 아프리카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로 몰려들었다.

<차이나프리카>는 프랑스 기자 세르주 미셸과 스위스 기자 미셸 뵈레의 공저이다. 두 기자는 수년간에 걸쳐 15개국의 아프리카 국가를 취재하여 르포형식으로 묶어 냈다. 중국인이 현지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취재하는가 하면, 중국과 아프리카의 정상들이 모인 베이징 회의를 밀착취재 했다. 한편 중국과 아프리카의 외교사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역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중국-아프리카-프랑스로 이어지는 외교관계를 집어보는 대목에서는, 중국이 아프리카를 발판삼아 프랑스를 넘보겠다는 야심까지도 보인다.

중국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댐, 철도, 다리, 고속도로 등과 같은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석유자원과 다이아몬드에 환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인들은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 그들은 불간섭주의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윈-윈게임을 전제로 아프리카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아프리카는 중국인들에게 대규모 건설 사업권을 내주고, 중국인들은 아프리카에 사회인프라도 구축해준다. 이에 대한 답례로 중국은 아프리카에 거액의 차관도 선뜻 내어준다.

결정적으로 중국인들은 24시간동안 쉬지 않는 일벌레로 정평이 나있다. 유럽인이 힘든 일을 꺼리고 최고급 호텔에서만 묵으려는 귀족이라면, 중국인은 허름한 숙소에서 자고도 24시간을 일하는 성실한 사람들이다. 일부 중국인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근면 성실함을 무기로 아프리카 사회에서 살아남았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아프리카가 유럽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중국은 아프리카를, 아프리카는 중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저자들은 아프리카의 지역별 특성에 맞추어서 중국이 취하고 있는 개발전략을 소개한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다양한 기회의 보고로 여긴다. 콩고는 중국인들이 삼림을 채벌하는 곳이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중국인의 콩고 진출은, '가봉목재무열개발'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중국의 아프리카 채벌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2006년에 중국은 콩고뿐만 아니라 인접국 가봉, 카메룬, 중아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원목 구매국 1위에 오른다.

사하라 사막에는 '우라늄 러시'가 진행 중이다.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 자원중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원자력이다.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이 사하라 사막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이 인프라 사업과 지하자원에만 눈독을 들이는 건 아니다. 중국은 '짝퉁의 천국'이 아니었던가. 이집트에서는 간단한 생필품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품목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를 달고 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수단과 알제리에서는 석유 생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석유 사업이 엄청난 이권이 걸린 만큼 정치적 뒷거래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수단의 경우 1995년에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준 혐의로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이 때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수단을 옹호한 것은 중국뿐이었다. 게다가 중국은 수단에 무기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 덕에 중국은 수단으로부터 독자적인 석유 생산권을 따내게 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다. 특히 독재정권 짐바브웨의 무가베 정권이 사용하는 무기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 곳곳의 반정부군이 사용하는 무기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무기 판매를 위해서라면 정부군이건 반정부군이건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개발은 긍정적이지만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있다. 몇몇 대규모 사업에서 부실공사가 있었고, 일부 늑장 공사로 인해서 아프리카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불간섭원칙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반정부군을 지원하고 독재정권과 결탁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여기에 아프리카 개발의 경쟁국으로 한국이 등장하면서 중국은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달리 한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을 앞세우는 중국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유럽인보다 중국인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검은 대륙은 '차이나프리카'에 매혹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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