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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98)

'비평가적 식견의 소유자', '정치적 자유의 결여', '개성적인 성격의 소유자'

등록|2009.05.18 16:34 수정|2009.05.18 16:34
ㄱ. 비평가적 식견의 소유자

.. 주위에 둘러 서 있는 이 좋은 친구들은 모두 고상한 취미와 비평가적 식견의 소유자들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살아있는 진실, 일기>(빅토리아 여왕 외/안상수,이혜정 옮김, 지식경영사, 2003) 521쪽

 '고상(高尙)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봅니다. '훌륭한' 모습일까요, '멋진' 모습일까요. '거룩한' 모습이거나 '남다른' 모습은 아닐까요. 보기글에서 살짝 비꼬는 느낌으로 적은 '고상한'이었다면 '우쭐거리는'이나 '잘난 척하는' 모습은 아니었을는지 생각해 봅니다. '겉멋 들린'이나 '겉멋에 빠진' 모습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위(周圍)에 둘러 서 있는"은 "둘레에 둘러 서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식견(識見)'은 '생각'이나 '눈썰미'로 손질해 줍니다.

 ┌ 비평가적 식견의 소유자들
 │
 │→ 비평가다운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
 │→ 비평가 같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
 │→ 비평가라 할 만한 사람들
 │→ 비평가처럼 아는 척하는 사람들
 │→ 비평가처럼 구는 사람들
 └ …

 '비평(批評)'이란 옳으니 그르니 아름다우니 미우니 하고 따지는 일입니다. 또는 잘잘못을 가리며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입니다. '소유자(所有者)'란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돈을 갖든 지식을 갖든 사랑을 갖든, 무엇인가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비평가적 식견의 소유자"라 할 때에는, "비평가적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비평가와 같은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거룩한 취미에다가 꼬치꼬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
 ├ 겉멋 들린 취미에다가 주절주절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
 ├ 잘난 척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사람들
 └ …

 세상에는 저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고개숙이면서 앎을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 잘 안다고 우쭐거리면서 콧대를 높이면서 앎을 무기 삼아 휘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평가라는 자리에 선 사람은 고개숙일 줄 아는 매무새로 슬기로움과 앎을 나누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깜냥을 앞세워 사람들을 휘어잡거나 다스리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ㄴ. 정치적 자유의 결여

.. 모든 문제는 정치적 자유의 결여에 있다 .. <러시아의 밤>(베라 피그넬, 형성사, 1985) 65쪽

 없으면 '없다'고 하고 모자라면 '모자라다'고 하면 됩니다. '결여(缺如)'라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유가 없으니 "자유가 없다"고 하면 되고, 자유가 모자라니 "자유가 모자라다"고 하면 넉넉합니다.

 ┌ 정치적 자유의 결여에 있다
 │
 │→ 정치 자유가 없는 데에 있다
 │→ 자유로운 정치가 없는 데에 있다
 │→ 정치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 정치가 짓눌려(억눌려) 있기 때문이다
 └ …

 그런데, 자유가 없다고 말하려니까 어떤 자유가 없다고 말해야 하는가 하는 대목에서 걸리는군요. 보기글에서는 "정치적 자유"를 말합니다. 아마, 이런 자유 말고도 "경제적 자유"라든지 "사상적 자유"라든지 "신체적 자유"라든지 "정신적 자유"도 말하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문화적 자유"라든지 "교육적 자유"라든지 "예술적 자유"도 말할 테지요.

 ┌ 우리 삶을 다스릴 자유 ← 정치적 자유
 ├ 우리 살림을 꾸릴 자유 ← 경제적 자유
 ├ 우리 스스로 가르치고 배울 자유 ← 교육적 자유
 ├ 우리 삶자락을 일굴 자유 ← 문화적 자유
 ├ 우리 몸을 움직일 자유 ← 신체적 자유
 ├ 우리 생각을 가꿀 자유 ← 정신적 자유
 ├ 우리 아름다움을 누릴 자유 ← 예술적 자유
 └ …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치 자유"나 "경제 자유"나 "교육 자유"나 "문화 자유"라고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치를 펼칠 자유"라든지 "경제를 일굴 자유"라든지 "교육할 자유"라든지 "문화를 다질 자유"라 해도 괜찮습니다.

 우리 스스로 한결 알맞다고 느낄 말을 찾아 말길을 트면 됩니다. 우리 마음밭에 따라 좀더 슬기롭고 아름답다고 느낄 글을 찾아 글문을 열면 됩니다. 한 걸음씩 튼튼하게 앞으로 내딛고, 한 발자국씩 힘차게 어깨동무하면서 내딛으면 됩니다.

ㄷ. 개성적인 성격의 소유자

.. 술집 마담, 가수, 편집자, 여배우 등 직업도 여러 가지인데, 공통점은 그들이 한결같이 개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 <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고히야마 하쿠/양억관 옮김, 한얼미디어, 2006) 227쪽

 '등(等)'은 '들'이나 '들처럼'이나 '-와 같이'로 다듬고, '직업(職業)'은 '일'이나 '하는 일'로 다듬습니다. '공통점(共通點)'은 '같은 대목'이나 '비슷한 구석'으로 손보고, '소유자(所有者)'는 '-이 있는 사람'으로 손보며, '사실(事實)이다'는 '대목이다'로 손봅니다.

 ┌ 개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
 │→ 개성 있는 사람이라는
 │→ 개성이 센 사람이라는
 │→ 남다른 사람이라는
 │→ 톡톡 튀는 사람이라는
 └ …

 '개성(個性)'이란 "남과 나를 가르는 다른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우리한테 개성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남과 다른 어떠한 모습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한 마디로 한다면 '남다르다'는 소리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성격이 남다른 사람"이나 "남다른 성격인 사람"이라고 손질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남다른 사람'이라고 한다면 성격이 남다르다고 하는 이야기가 되는 만큼 '성격'이라는 낱말을 덜어도 됩니다. "착한 사람"이라 하면 넉넉하고, "착한 성격인 사람"이라 하지 않아도 될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바지런한 사람"이라 하면 넉넉하며, "성격이 바지런한 사람"이라 하지 않아도 될 때와 매한가지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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