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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법원노조 "신 대법관도 3보1배 해보시길"

[현장] 신영철 대법관 사퇴 및 이용훈 대법원장 대국민담화 촉구

등록|2009.05.18 17:55 수정|2009.05.19 11:21

▲ 법원공무원들이 18일 서울 서초동 교대역부터 3보1배를 하고 있다. ⓒ 신종철


법원공무원들이 진정한 사법개혁과 사법신뢰 회복의 염원을 담은 3보1배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촛불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이용훈 대법원장을 대신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 사죄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많은 시민들에게 법원노조의 이 같은 뜻을 전달하기 위해 18일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교대역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법원이 있는 서초역까지 약 40분 동안 3보1배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병욱 위원장과 현성훈 사무총장, 박장순 서울지역본부장, 양윤석 서울중앙지부장, 여성위원장 등 중앙위원과 전국지부장 등 30여 명이 참여했으며, 언론도 열띤 취재경쟁을 보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사죄하기 위해 나왔다"

▲ 사법부 독립이 죽었음을 의미하는 '謹弔 사법부 독립'과, 사법부 신뢰가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謹弔 사법부 신뢰'가 적힌 대형 깃발 ⓒ 신종철


특히 법원노조는 사법부 독립이 죽었음을 의미하는 '謹弔(근조) 사법부 독립'과, 사법부 신뢰가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謹弔 사법부 신뢰'가 적힌 대형 깃발과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나와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법원노조는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는 3보1배를 시작하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말씀'이라는 성명을 통해 "촛불사건 임의 집중배당과 관련해 대법관 추천을 앞두고 있던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재판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나, 신 대법관은 아직까지 달랑 한 장의 사과문만을 남기고 눌러 앉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현재 이를 묵과하지 못해 전국 법원에서는 판사회의를 통해 신 대법관의 업무수행이 부적절함을 결의하고, 사실상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법원노조는 "지난 3월 5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신 대법관의 명예로운 용퇴를 촉구하며 전국적인 1인 시위 등 공무원 신분에서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을 다했다"며 "그럼에도 머물던 자리가 아름다워야 할 사건의 당사자가 그대로 머물고 있고, 어떤 구체적 사법제도 개혁의 가시적 진전도 없는 오늘의 현실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법원노조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며 세 걸음 걷고 무릎 꿇고 엎드려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드린다"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법원노조는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대해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신 대법관의 조속한 사퇴를 시작으로 사법부가 국민 앞에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 법원노조는 이날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 신종철



시민들 반응 "신영철은 쪽팔리지 않나... 그만두지"

성명을 발표한 법원노조는 곧바로 오병욱 위원장이 선두에 서서 엄숙한 3보1배를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신영철은 쪽팔리지 않나. 에이, 그만두지", "신영철 체면 다 구겼구만. 쯧쯧", "왜 버티는 거야. 언론서 난리구만" 등 대부분 신영철 대법관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많았다. 반면 "뭣들 하는 거야"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일부 시민도 있었다.

하지만 3보1배를 진행하는 곳은 변호사사무실과 법무법인(로펌)이 밀집한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자신들의 근무처가 인근이기 때문인지 기자가 행인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손사래를 치며 거절해, 결국 기자는 행인들이 툭툭 한마디 던지고 가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다. 

목에 신분증을 걸고 지나가던 젊은 여성들은 법원공무원들이 3보1배를 하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한 듯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법원행정처 직원들과 서초경찰서 사복경찰들이 나와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강동만 조직쟁의실장 "혼신의 힘 다해 사법개혁에 매진"

3보1배 일행이 12시 40분께 서초역에 도착하자, 행사 진행을 맡은 법원노조 강동만 조직쟁의실장은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법원노조는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사법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3보1배를 마친 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오병욱 위원장은 "오늘 제가 3배1보를 해보니 권하고 싶은 사람이 딱 한 사람이 있다. 신영철 대법관, 3보1배를 해 보기를 꼭 부탁한다"며 "3보1배를 통해 걸을 때 모든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또 "대법원은 하루 빨리 사법개혁의 구체화작업에 착수하길 바란다"며 "신 대법관은 3배1배를 꼭 해보길 부탁한다"고 거듭 3보1배를 권했다. 이것으로 3보1배의 공식적인 행사는 마무리 됐다.

▲ 3보1배를 맨 앞에서 이끄는 법원노조 오병욱 위원장 ⓒ 신종철



오병욱 위원장 "대법원장은 하루 빨리 대국민담화 발표해야"

이어 오 위원장은 일부 언론과 따로 만나 "신영철 대법관은 하루빨리 사퇴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첫걸음이다"고 사퇴를 촉구하며 "그리고 대법원은 계속 미루기로 갈 것이 아니고, 사법개혁의 구체화 작업을 빨리 착수하고, 대법원은 구체화된 내용을 발표해야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도 하루 빨리 국민한테 사죄하는 뜻으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해야 한다. 그것부터가 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루 빨리 사법개혁에 착수하기를 대법원에 촉구한다. 국민여러분, 사법부가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오 위원장은 "법관관료화의 병폐를 빨리 도려내고, 세부적인 구체화 작업은 여러 가지 법원행정에 있어서 법관들이 빨리 재판업무에 돌아가야 되는 부분과, 그리고 영장전담제가 빨리 폐지되고, 또 법관승진제가 빨리 폐지돼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법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대법관의 사과와 관련, 그는 "신 대법관의 사과로는 부족하다. 전국의 법관들이 대법관으로서 업무수행이 더 이상 부적절하다고 이미 발표가 났다. 때문에 그 정도의 여론 형성이 돼 있는 것을 보면 대법관 자리에서 하루빨리 사퇴하는 것이 사법부의 옳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판사의 신분 보장과 관련, "그 부분은 권력으로부터의 보장이지, 정당한 국민의 목소리로부터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건 초등학생들에게 물어봐도 그 정도 상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항의 방법 중 3보1배를 선택한 것에 대해 오 위원장은 "대법원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되는데도 자꾸 미루고 눈치만 보는 것 같아 저희들이 대법원의 반성을 촉구하고, 또 국민으로부터 사법개혁이 빨리 착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에서 오늘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서초역에서 3보1배를 마친 뒤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신종철



현성훈 사무총장 "신 대법관 죽이기 위한 3보1배 아니다"

현성훈 사무총장은 "사법파동을 통해 그동안 수많은 사법개혁의 의지가 천명됐지만 결과는 미비하기 그지없다"며 "신 대법관 사태가 불러오게 된 이유는 불필요한 사법행정권의 법관에 대한 개입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법원노조는 이 시점에서 대단히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한 문제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사무총장은 "신 대법관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3보1배를 한 것이 아니다"며 "현재 사법부 구성원을 바라보고 있는, 법원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마지막 불호로서 오늘 3보1배를 한 것이고, 신 대법관 사퇴를 시작으로 사법개혁이 온전하게 진행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노조는 공무원이지만 노동자로서 법원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모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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