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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에 가니 풍차·멍게·성게·전복 있더라

등록|2009.05.18 20:54 수정|2009.05.18 20:54
경남 거제 해금강에 사시는 목사님 한 분이 예배당을 새로 지어 입당을 한다기에 오래만(?)에 해금강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해금강까지는 서울 톨게이트에서 6시간 정도 걸리지만 우리 집이 있는 진주에서는 넉넉 잡고 1시간 30분이면 갑니다. 그러니 오래만이지만 몇 달에 한 번씩은 해금강을 갑니다.

예배당 지었다고 갔더니 제일 먼저 눈에 예배당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예배당 지붕 위에 풍차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지붕 위 십자가가 교회를 상징하는데 풍차가 있으니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해금강이라 바람이 워낙 많이 부니 진짜 '풍차'라 생각했는데 전기로 돌아간다는 말에 약간은 실망했지만 예배당 위 풍차는 색달랐습니다.

▲ 교회 위에 세운 풍차 ⓒ 김동수


해금강은 쉽게 말해 바다 금강산입니다.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이 읽으면 섭섭하시겠지만  해금강도 자주 가니 처음 만났을 때 그 감격과 환호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도시 콘크리크 문화를 조금 벗어났다는 느낌 정도입니다. 하지만 해금강은 해금강입니다. 맑은 공기, 탁 트인 바다, 싱싱한 바다내음은 도시 콘크리트 문화가 결코 줄 수 없는 선물입니다.

배를 타고 해금강을 한 바퀴 돌면 왜 해금강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 이곳이 해금강이구나 하는 탄복과 환호만 터져나옵니다. 바다가 잔잔해 배를 한 번 타고 해금강을 한 바퀴 돌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 해금강 ⓒ 김동수


▲ 해금강 ⓒ 김동수


▲ 해금강 ⓒ 김동수


저 멀리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따라 바람이 없으니 파도도 잔잔합니다. 가까운 섬 너머 저 멀리 삼각뿔 모양 매물도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손에 잡힐 듯한 매물도이지만 해금강에서 배로 가면 1시간은 가야 합니다. 바다에서 느끼는 거리감은 땅에서 느끼는 거리감과 다릅니다. 지난해 겨울 매물도를 갔었는데 가까운 바다에서는 파도하나 없었지만 먼 바다로 나가니 파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매물도는 먼 바다에 있는 섬입니다. 시간이 있으면 매물도는 꼭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섬 중에 으뜸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매물도를 꼽겠습니다. 사진을 찍고 보니 하늘 높이 날아가는 갈매기가 찍혔습니다.

▲ 해금강 앞바다에 널린 섬들 ⓒ 김동수


해금강 가면 무엇보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입니다. 멍게가 보입니다. 멍게는 쉽게 먹을 수 있는 횟감입니다. 고향도 바다라 횟감이 풍부하지만 멍게는 나지 않습니다. 입맛이 없을 때 멍게회는 입맛을 한 순간 돌려놓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엷은 나그네들이 먹기에 딱 좋은 횟감이지요.

▲ 멍게 ⓒ 김동수


성게도 있는 성게를 까는 아주머니 손길이 빨랐습니다. 성게는 멍게보다는 비싼 녀석들입니다. 가시도 까칠하게 생겼습니다. 멍게는 큼직하지만 성게는 작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듯이 성게도 작으니 비싼진 모르겠습니다. 물으니 몇 마리에 만원이 넘어갑니다. 입안에 침만 고였습니다. 언젠가는 성게 녀석도 입안에 쏙 들어오는 날이 있겠지요.

▲ 성게 ⓒ 김동수

▲ 성게 ⓒ 김동수


성게를 뒤로 하고 조금 걸으니 값나가는 전복이 자기도 비싸다고 아우성입니다. 솔직히 나는 전복을 3년전 이맘때 제주도에 가서 처음 먹었습니다. 이후 전복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전복은 죽이 좋다지요. 한 마리가 만원이면 굉장히 비싼 녀석입니다. 나같은 주머니 얇은 나그네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 전복 ⓒ 김동수


성게와 전복은 먹지 못해도, 멍게는 자주 먹습니다. 성게와 전복 먹는 이도, 멍게 먹는 이도 해금강은 똑같이 맞아줍니다. 차별이 없지요. 주머니가 얇다고 싫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해금강에 가니 풍차, 성게, 멍게, 전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콘크리트 문화가 결코 줄 수 없는 생명내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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