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분노'
대전지방경찰청장, 40분 기다리게 한 후 "참 나... 여보세요"
▲ 18일 오후 3시 30분 경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왼쪽)과 이정희 의원(오른쪽)이 대전지방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 심규상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과 홍희덕 의원이 유태열 대전경찰청장을 면담하러 대전경찰청에 들렀다가 분노했다.
두 의원은 지난 16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규모 연행이 일어난 것과 관련 유 청장을 면담하기 위해 18일 오후 3시 30분경 대전경찰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두 의원은 청장면담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청장실이 아닌 차장실로 안내된 것.
두 의원은 다시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유 청장이 무슨 일로 나가 있고 언제쯤 귀가 예정인지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10여 분이 지난 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점심 식사 후 바로 나가셨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어디 가셨는지 모른다"며 "사적인 일로 나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이정희 의원이 "근무시간에 사적인 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근무일지에 어디에 갔는지 써놓고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강기중 대전경찰청 차장은 "의원님은 (근무일지에) 써 놓고 여기 오셨느냐"고 맞섰다.
강기중 차장 "의원님은 (근무일지에) 써 놓고 여기 오셨느냐"
▲ 대전경찰청 강기중 차장(오른쪽)이 홍희덕 의원에게 차장실로 가서 기다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심규상
하지만 거듭된 요청에도 청장 비서실장은 "두 의원이 청장실로 들어오시기 전 수행 비서에게 연락을 취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며 문도 열지도 않고 전화 연결도 하지 않은 채로 15분가량을 버티고 서 있었다. 비서실장이 수행 비서와 전화 연결을 시도한 것은 이날 오후 4시 20분경. 하지만 이때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 뒤 거듭된 전화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유 청장은 두 의원이 청장 집무실 문 앞에서 40여 분을 기다리게 한 후 집무실로 들어섰다. 하지만 세 번째 실랑이가 이어졌다. 대전경찰청이 간담회 내용을 취재할 수 없다며 기자의 출입을 막아서면서 10여 분간 실랑이가 이어진 것.
이 때문에 유 청장과의 면담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유 청장은 "엊그제 있었던 시위 현장과 직원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화 과정에서도 실랑이는 그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해산하는 과정에서는 폭력이 없었는데 무리한 진압으로 폭력행위와 무관한 사람까지 닥치는 대로 연행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한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권력인 경찰력은 차분히 행사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청장이 목소리를 높이며 이 의원을 향해 "참 나… 여보세요"라고 말을 받았다. 이 의원이 "말씀이 지나치다"고 지적하자 유 청장이 곧바로 사과했지만 오래지 않아 이 의원의 언성이 또 높아졌다.
▲ 이날 대전지방경찰청장과의 면담은 유 청장의 집무실 문 앞에서 40여분을 기다린 후에서야 이루어졌다. ⓒ 심규상
유 청장이 이 의원의 대화 도중 말을 자르며 "담배 좀 피워도 되겠냐"고 물은 것. 이 때문에 유 청장은 이 의원으로부터 "너무 예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이날 두 의원은 "청장께서 16일 집회를 이유로 이후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의 모든 대전 집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힌 것은 감정적 대응으로밖에 볼 수 없고 사려 깊지 못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여유있고 차분하게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합법적인 집회는 보호해야 하는 것이 경찰의 본분이지만 도를 넘어선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최대한 차분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 의원이 대전경찰청에 들러 유 청장으로부터 "차분하고 유연한 대응을 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까지 2시간여가 소요됐다.
유 청장과 40여 분간의 면담을 마치고 나선 이 의원은 "두 의원이 기다리는 것을 알면서도 한 시간여 동안 지방경찰청장이 연락이 두절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직무태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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