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신랑 발바닥, 왜 때릴까?

성기능 활성화에 신랑 못 도망가게 한다는 의미도…때론 지나쳐 눈살 찌푸리기도

등록|2009.05.19 09:53 수정|2009.05.19 09:53

▲ 순천 상사호에서 본 결혼 뒤풀이. ⓒ 임현철


계절의 여왕 5월답게 결혼식이 많습니다. 결혼식에서 빠질 수가 없는 게 뒤풀이입니다. 통과의례니까요.

일요일 오후, 가족들과 순천 상사호를 둘러보던 중, 호기심 반 재미 반인 풍경을 멀리서 보게 되었습니다. 다름 아닌, 앞으로 가는 차 뒤에서 줄에 묶여 쫓아가는 신랑 모습이었지요. 종종 한 겨울에도 속옷만 입은 채 끌려가는 것을 아는지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신랑 악쓰는 소리와 신부 통사정에도 모른 척

▲ 신랑이 고분고분하지 않는지 엉덩이를 때립니다. ⓒ 임현철


신혼 부부 일행들,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장난기 물씬 풍기는 사랑 요청이 있었나 봅니다. 악쓰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를 사랑한다!"

결혼 뒤풀이를 보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쫄 바지 차림의 신랑 발을 묶어 땅바닥에 눕힙니다. 신랑 신부, 읍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인들 표정은 냉담하면서도 장난기를 물씬 품고 있습니다.

결국 신랑 발바닥 타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신랑 악쓰는 소리와 신부 통사정. 그리고 이어지는 신랑의 노래와 신부의 춤.

구경꾼 반응도 다양했습니다. "너무 심하다"는 사람.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낄낄거리며 웃는 이. "저런 뒤풀이 안 할 거야" 등 가지각색입니다.

"결혼이 어렵다는 걸 알아야 쉬 헤어지지 않는다"

▲ 결혼 뒤풀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 임현철


결혼 뒤풀이는 식 준비와 식 올리느라 정신없던 신랑 신부를 축하하고 밝은 미래를 격려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결혼 뒤풀이는 액션(?)과 애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액션은 신부 트럭 화물칸이나 자가용 트렁크에 앉히기, 신랑 허리를 줄로 묶어 차에 연결해 차를 따라 뛰게 하기, 발바닥 때리기 등이 해당되겠지요.

그리고 애로는 바지춤과 입에서 계란 옮기기, 바나나 껍질 까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신랑 신부는 우인들이 아무리 짓궂어도 화를 내지 않는 게 불문율(?)입니다. 이런 짓궂음에는 "어렵게 얻은 사랑이니 만큼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또 "결혼이 어렵다는 걸 알아야 쉬 헤어지지 않는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발바닥을 북어나 몽둥이로 매우 치는 거죠.

발바닥 때리기는 성(性) 기능 활성화

▲ 급기야 신랑을 땅바닥에 눕혀 발바닥을 때립니다. "어이쿠" ⓒ 임현철


신랑 발바닥을 때리는 건 보통 '동상례(東床禮)'라 부릅니다. 이는 혼례가 끝난 뒤 신랑이 신부 집에서 친구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조선시대 권율 장군이 동상(東床)에서 공부하는 이항복을 사위 삼은 후, 동료에게 한턱 낸 데서 유래했다 합니다.

발바닥을 때리는 것은 발바닥 용천혈에 뜸을 뜨는 것처럼 성(性) 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또 발을 붓게 만들어 신랑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결국, 한 눈 팔지 말고 새색시와 자식 농사 잘 지으라는 의미죠.

이런 의미의 결혼 뒤풀이가 때론 도가 지나쳐 말썽입니다.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경범죄 처벌이 가능하다 하니 정도껏 해야겠지요. 결혼 의미를 새기는 피로연을 굳이 주위 눈살까지 찌푸리게 할 필요는 없겠죠?

▲ 뒤풀이가 끝나자 신랑 신부 뒤에 타고 떠나갑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