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가르쳐 준 '니세코'
[니세코에서 만난 사람들] 나의 니세코 이야기
▲ 스키장 풍경맑은 날 요테이잔(羊蹄山)이 깨끗하게 보이는 스키장. ⓒ 니세코리조트관광협회
니세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위치한 파우더스노우로 유명한 스키리조트지이다. 삿포로에서 차로 2시간, 기차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좋은 눈이 내리는 시즌일 땐 일본인보다 호주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더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 관광객뿐 아니라 이주해 와서 사는 외국인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이면서도 일본이 아닌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가진 곳이다.
니세코의 간략한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는 "나의 니세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난 한국에서도 스키장 한번 가본 적 없었고 그래서 이런 곳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었다. 그런 내가 왜 지금은 니세코에 푹 빠지게 되었을까?
2006년 6월 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본 삿포로에 있었다. 처음 도착한 삿포로는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6월 말인데도 긴팔 옷이 필수였을 정도로. 그런 첫 느낌으로 시작한 삿포로에서의 나의 생활은 여느 도시에서의 생활과 다를 것 없었다. 저녁엔 이자까야에서 알바하고, 아침엔 호텔에서 알바하고 쉬는 날엔 친구들이랑 놀거나 혼자 돌아다니거나.
그렇게 불만도 없이 조용히 흘러가던 어느날, 구운 생선이 먹고 싶어 혼자 정식집에 들어갔었다. 음식이 나왔을 때 생선 옆에 무 간 것이 있길래, 어떻게 먹는거지 고민하다 옆에 혼자 식사하시던 아주머니께 물어보게 되었다.
아주머니께선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고 그게 계기가 되어 식사를 하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지금 이 곳에 있다고 말하자 니세코로 가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니세코? 니세코? 일본말이야?)
그 곳엔 나같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온 사람이 많은 인터내셔널한 곳이라는 게 아주머니의 설명. 그래도 홋카이도에 왔는데 스키장에서 일은 한 번 해봐야는 거 아니냐고. 이 얘길 들을 당시엔 삿포로 생활이 너무 즐거워 떠날 맘이 없었기에 그냥 그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끝이었었다.
하지만 흘려 들었다고 생각했던 그 단어 "니세코"는 그 날 이후 가끔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도였지만, 삿포로 생활도 어느덧 그저 평범한 도시 생활로 빛바래져 갈 때쯤 "니세코"가 내 안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스키장... 스노보드라면 한번은 타보고 싶기도 했지, 눈... 지겹게 보겠네, 기숙사 생활... 집세도 안 들고 좋겠네, 외국인 많다니까 내친김에 영어공부? 등등
끝도 없이 니세코에 가야만 하는 이유들이 생겨 났고 모든 조건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마음이 향한 이상 행동으로 옮기는 건 시간문제. 인터넷을 검색해서 모집공고를 찾아내고 이력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이 전화통화로 가는 날이 결정되었고 알바를 그만두는 등 삿포로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 그것도 자연환경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너무 기대가 컸기에 5개월의 삿포로 생활을 접는 것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난 니세코로 떠났다.
▲ 니세코 친구들파우더스노우에서 뒹굴다. ⓒ 오오시마 미카(大島美加)
2007년 11월 20일부터 시작되어 2008년 5월 초까지 6개월 간의 니세코 생활은 정신 없이 흘러갔다. 난 스노보드를 탈 수 있게 되었고, 몸무게가 7Kg 불었고, 친구와의 이별에 눈물 흘릴 줄 알게 되었고,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사람을 통해서 실감하게 되었고, 추운 겨울에도 바깥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원했던 대로 눈이 내리는 환경에 질리게 되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사람을 변화 시키는 건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낡은 진리와 같은,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내겐 니세코라는 곳은 유명한 스키리조트가 아닌 그저 사람이 사는 눈 내리는 마을이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그들에게 니세코는 정착지 이기도 했고, 나와 마찬가지로 여행지이기도 했다. 비록 일을 하고 생활하고 있음에도 언제나 여행지인...
난 지금은 친구라는 이름이 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일본 각지에서 홋카이도 니세코까지 날아와 우리가 만나게 된 그 필연 같은 우연 같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니세코 이야기. 그래서 그들에게 새삼스럽고 쑥스럽게 말 걸어본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평범하지만 평범할 수 없었던 너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나의 니세코 이야기는 이렇게 사람의 이야기로 완성되어간다. 이것이 내가 니세코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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