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연대투쟁 노동자, 현장서 '왕따'
사측 징계 뒤 복귀한 현대미포조선 김석진씨... 현장에 비난 펼침막 내걸려
▲ 현대미포조선 장비운영부 기계정비팀 현장사무실 건물 벽에 붙여 있는 펼침막. ⓒ 울산노동뉴스
비정규직 연대투쟁을 벌이다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복귀한 정규직 노동자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
김석진 의장은 지난 15일 복귀했다. 그의 일터는 울산광역시 소재 현대미포조선 장비운영부 기계정비팀 현장이다. 회사로부터 받았던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끝나 이날 복귀했던 것.
김 의장 등 현장 활동가들은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인 용인기업 소속 비정규직 복직 투쟁을 벌여왔다. 현대미포조선 현장조직 '현장의소리' 의장이었던 김순진씨는 이영도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본장과 함께 지난 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23일까지 현대중공업 소유의 소각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정몽준 의원이 최대 주주다. 현대미포조선 사측은 현장 활동가들이 집회와 유인물을 통해 회사 비방과 명예훼손을 했다며 징계했던 것. 김석진 의장 등 10여 명은 정직, 출근정지,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김석진 의장은 '협약서 이행'과 함께 '현장 활동가 중징계 철회', '현대중공업 경비대 테러(1월 17일) 사과' 등을 요구하며 울산 시내와 정몽준 의원의 서울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석진 의장 비난 펼침막 내걸려
징계 기간에도 계속 투쟁을 벌였던 김 의장은 현장 복귀하던 날 일터에서 '엉뚱한 환영(?)'을 받았다. 김 의장과 관련한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린 것이다.
펼침막은 "우리는 당신을 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느냐"와 "기만과 거짓, 너의 욕심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일터 말아먹으려는 자, 당신을 규탄한다"는 내용이었다.
현대미포조선 장비운영부 기계정비팀 현장사무실 건물 벽에는 지난 2월부터 "우리 삶의 일터를 망하게 하는 자와는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은 현대미포조선 징계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오너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나설 것을 촉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1시간 동안 한나라당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 "그래도 굽히지 않을 것"
김석진 의장은 20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그래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가 차다"면서 "그들은 제가 정신병원에라도 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밖에서 대여섯 명이 나와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면서 "이후에도 출퇴근 시간마다 거의 매일 계속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펼침막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명의로 되어 있는데, 그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현장 관리자가 근무를 원칙대로 하라고 요구하는데, 이전과 마찬가지로 근무는 원칙대로 하고 있는데 유독 복귀한 뒤에도 그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김석진 의장은 "아침에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왕따로 고립시키고 있다"며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자녀가 있는 50대를 앞둔 가장인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어떻게 보면 인권침해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정규직 복직을 위해 연대투쟁을 벌인 게 잘못인지, 연대 투쟁하지 않은 사람들이 잘못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리고 노-사가 맺은 협약서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1인시위를 연 게 왜 잘못이냐"고 밝혔다.
'조합원 외면한 활동 탓'-'해외 토픽감이네'
김석진 의장이 업무 복귀 뒤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미포조선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열린)게시판에는 최근 김 의장과 관련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잘못된 사상에 의하여 조합원이 외면하는 활동은 노동운동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며, 잘못된 노동운동의 현실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를 망하게 하기 위하여 외부세력과 함께 온갖 집회를 가지며 허위사실을 가지고 회사를 비방하며 명예훼손을 시켰으며, 자신이 소속된 노동조합을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어용노조로 매도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렀다"면서 "전 조합원의 가슴에 분노를 갖게 하여 더 이상 참을 수 없도록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고 다닌 자"라고 덧붙였다.
다른 누리꾼은 "해외 토픽감이네"라며 "참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조합원들이 지나가다 보면서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이상한 비난 환영식이다, 팀원들이 제정신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더럽다, 사측의 앞잡이가 되어 하는 짓이 동료를 비난하다니"라고 주장했다.
<울산노동뉴스>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은 "회사가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조합원은 "엄연히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노조도 있는데 비정규직 연대투쟁으로 징계를 받고 복귀한 현장활동가에게 이런 일을 벌인다는 건 어떤 경우라도 지탄을 면치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석진 의장은 1997년 현대미포조선노동조합 활동으로 징계해고를 당했다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냈고, 1심․2심을 거쳐 3년5개월만인 2005년 7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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