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미디어관련법이 '여론다양성 확대'? 근거 없다"

21일 오후 2시 민언련 주최 '여론다양성과 미디어 소유규제' 토론회

등록|2009.05.21 21:18 수정|2009.05.21 21:18

▲ 21일 오후 2시 민주언론운동연합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여론 다양성과 미디어 소유규제'토론회에서 신태섭 민언련 정책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PD협회 김도영


6월로 예정된 이른바 '미디어 관계법' 처리 시점이 다가오면서 최근 여당 일각에서는 "여론 다양성 확대"라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 주장해 오던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살리기 효과" 논리는 뒤로 빠지고 그 자리를 "여론 다양성 확대" 개념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1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 모인 언론학자들은 "경제효과 논리가 사실무근과 과장왜곡으로 비판받자 채널 선택권 확대와 여론 다양성 증진 논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미디어 관련법이) 여론 다양성의 축소와 민주적 공론과정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신태섭 민주언론운동연합(민언련) 정책위원은 "여당에서 처음엔 '경제 효과'를 들고 나왔다가, 이제는 채널 선택권을 넓히고 여론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생각을 이동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논거가 없어 생산적인 토론은 어렵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만일 대기업이나 신문자본이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에 진입한다면 오히려 여론다양성은 축소되고 공론의 기능은 실종될 것"이라면서 "여론 다양성이 매체 수의 많고 적음 혹은 매체 영향력의 분산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더욱 중요한 것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이 쏠림이나 왜곡 혹은 은폐 없이 공표되고 해설되고 설득하는 과정이 얼마나 존재하느냐 하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신문 방송 겸영과 여론 다양성에 관한 공청회'에서 '여론 지배력' 문제를 집중 제기한 윤석민 서울대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다. 당시 윤 교수는 "미디어 도달률과 이용시간, 매출액 등에 토대를 두고 미디어의 영향력과 신뢰도, 집중도 등을 고려해 개발된 모든 지표에서 지상파TV가 압도적인 여론 지배력을 보였다"면서 "우리나라 지상파TV 방송사들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커서 편파적이고 과도한 정치적 지배력을 지님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불가능하고 국가의 유지와 발전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 위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며 윤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논리적 오류'다. "매체의 시청취 구독점유율, 총 이용시간, 광고시장 점유율 등을 여론독과점의 직접적 지표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게 신 교수의 생각이다. "이는 여론 다양성 혹은 여론 지배력을 특정해서 지시하는 지표들이 아니며 여론 다양성과 관련될 개연성이 있는 일종의 환경일 뿐"이란 것이다.

신 위원의 둘째 주장은 '수치의 과장'. 그는 "매체의 시청취 구독점유율, 총 이용시간, 광고시장 점유율 등을 여론 지배력으로 치환하면서 상식과 어긋나게 과장하고 있다"면서 "방송이용의 큰 부분은 드라마와 오락 시청이고 뉴스와 시사 등 여론과 관련된 시청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여당측은 이를 모두 합쳐 계산함으로써 '여론 지배력'을 최대한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경신 고려대 교수도 "방통위와 여당이 신방겸영 허용을 포함한 소유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맨 앞에 내세웠는데, 최근에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면서 "'여론 다양성'을 지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면 아마 그것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SBS가 처음 생겼을 때 공영방송 위주로 생각해오던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이제 SBS는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 메이저 미디어가 됐다"면서 "SBS와 OBS 등의 민영방송 출현과 여론 다양성 확대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평가하고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주로 윤석민 교수의 견해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윤 교수의 개념, 즉 '여론다양성=채널 다양성'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면서 "윤 교수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대로 토론해 볼 필요가 있긴 하지만 이를 현재 미디어법 논의 과정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다양성'을 더 쉬운 개념으로 설명했다.

"매체 영향력이 뭔가? '내가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KBS를 안 봐도, <조선일보>를 안 봐도 이 언론사들의 '매체 영향력이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매체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지 그것이 곧 여론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 공영방송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갖고 독과점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 공영방송은 여론을 다양하게 포함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민영방송이라면 다르지만 공영방송을 여론다양성 지수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데, 이제는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여론 다양성을 위한 지표 개발 및 여론시장 조사, 분석 등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할 수 있는 별도 소위원회라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