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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거쳐간 유력인사들 '나 지금 떨고 있니?'

전직 경찰 고위간부 등 '줄소환' 예고... 최철국 의원 22일 오전 소환

등록|2009.05.22 11:39 수정|2009.05.22 11:56

▲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 2008년 12월 12일 저녁 8시 구속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 노희준


"5월을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진작부터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전방위 수사를 예고한 바 있다. 실제 박연차 게이트의 두 줄기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수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검찰 수사는 검찰·검찰·법원·국세청의 전·현직 인사, 전직 지방자치단체장, 현직 국회의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검 "이택순 선에서 수사가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 이택순 전 경찰청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은 먼저 '내부 인사들'부터 소환조사함으로써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거미줄 로비'를 수사할 명분을 쌓았다. 지난 15일 민유태 현 전주지검장과 대검 최아무개 과장에 이어 18일에는 부산고검의 김종로 부장검사를 소환한 것. 일단, 민 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조치됐고, 김 부장검사는 2개월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어 검찰은 21일 이택순 전 경찰청장을 전격 소환해 10시간이 넘도록 조사를 벌였다. 이 전 청장은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직무관련 청탁과 함께 3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돈 받은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직 경찰 고위간부의 소환조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전 청장 선에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추가 소환조사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1999년 이후 부산지방경찰청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간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십만 달러씩을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아무개 전 지방경찰청장이 이들을 박연차 회장과 연결시켜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아무개 전 청장은 오랫동안 부산·경남(PK)지역에서 근무하면서 박연차 회장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청장은 지난 3월 박 회장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부산과 경남에서 주로 경찰관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이런 돈을 보지도 못했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현직 검찰 간부와 전직 경찰 간부에 이어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검찰의 소환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최철국(경남 김해을) 민주당 의원은 22일 오전부터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사업근거지인 경남 김해가 최 의원의 지역구다. 여기에 김태호 경남지사와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전 경남지사)도 다음 주중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PK지역 공직사회는 '박연차 공화국'?

지금까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거나 소환조사가 예고된 유력 인사들에게는 'PK(부산경남) 지역'라는 공통점이 있다. PK지역에 사업근거지를 두고 있는 박 전 회장이 주로 PK지역 권력기관장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박 전 회장은 PK지역으로 발령받은 검찰·경찰·법원·국세청 등 권력기관 고위인사들에게 5000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돈을 건네며 '박연차 인맥'을 형성해 왔다. 이들이 타지역으로 이동할 때에도 꼬박꼬박 '전별금'을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연차 수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난해 박 전 회장이 구속되기 전까지만 해도 PK지역의 공직사회는 사실상 '박연차 공화국'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PK지역에 발령받은 권력기관장들이 처음 인사 가는 사람이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박연차 회장"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PK지역 공직사회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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