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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코앞' 천신일, 세 번째 소환조사

검찰, 조사 완료 후 구속영장 청구 방침... 이종찬 전 민정수석도 재소환돼

등록|2009.05.22 16:57 수정|2009.05.22 16:57

▲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청탁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지난 20일 새벽 4시 3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와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의 빚을 탕감받고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2일 오후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소환 이후 세 번째 소환이다.

당초 검찰은 천 회장을 이날 오전 중 소환해 조사하고 이후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지만 천 회장이 검찰로 이동 중 혈압이 높아져 근처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조사가 늦어졌다.

천 회장은 앞서 두 차례 소환 조사 때도 조서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해 담당 검사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첫 소환 조사 당시 5시간 가까이 조서를 검토한 천 회장은 지난 21일 조사 때도 3시간 정도만 조사를 받고 22일 자정까지 총 9시간 가까이 조서를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도 이례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천 회장이 고령인데다 당뇨를 앓고 있어 조서를 읽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조서 검토가 피의자 권리인 만큼 애를 먹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남은 조사 분량은 전체의 1/5 정도"라며 "기본적으로 구두로 진술을 받은 것도 있어 빠르게 조사를 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이날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주식을 증여해 수십억 원의 증여세를 포탈하고 세중나모인터랙티브, 세중여행 등 계열사 합병·분리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천 회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기획관은 "(박 전 회장의 진술 중)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로 빚을 탕감하자는 취지의 진술이 있다"며 다시 한 번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박 전 회장과 천 회장을 직접 대질 심문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어제(21일) 박 전 회장의 자금 관리인 최 아무개씨와 천 회장을 대질 심문했다"고 밝혔다.

"부인하는 경우와 자백하는 경우 차등 둬야"... 다음주 '줄소환' 수사 의식 발언?

▲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의혹을 받고 21일 소환됐던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22일 새벽 0시 30분 귀가하고 있다. ⓒ 이경태


한편, 지난 21일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은 금품 수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청장의) 직무와 금품 수수 간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기획관은 "직무연관성 부분은 법리적 판단"이라며 "이 전 청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는 다음주쯤에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전·현직 정치인 및 수사기관 관계자들과 함께)일괄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 기획관은 "이 전 청장을 수사할 때 수사팀 내에서 혐의를 자백하는 경우와 부인하는 경우에 따라 구형 등에 차등을 줘야 하지 않는지 논의를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사법비용이 많이 드는데 자백을 하는 경우 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선 혜택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사실상 다음 주 진행될 '박연차 리스트' 정치인 및 검·경 관계자들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또 박 전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로 7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오후 3시 30분 재소환돼 조사받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이 전 수석은 이와 관련해 "서울고검장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비로 7억 원을 받았지만 작년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 전 모두 갚았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홍 기획관은 이와 함께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 전 청장과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경찰 고위 간부 소환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까진 없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검찰은 이 전 청장을 포함해 전직 경찰 총수 3명과 현직 총경급 인사 3~4명 등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오른 전직 경찰 총수들은 모두 부산·경남 지역을 거쳐 간 공통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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