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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해고·직장폐쇄한 기업이 경영대상?

지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 받은 '신라정밀', 충남도 기업인대상 수상 논란

등록|2009.05.22 16:45 수정|2009.05.22 17:42
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자 4명을 한꺼번에 해고하고 수개월 동안 직장폐쇄를 단행한 기업이 충남도 기업 경영 대상을 수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은 선정기준에 부합돼 수상한 결과라고 밝혔지만 노동계에서는 반노동적인 기업의 경영대상 수상은 '안 될 말'이라며 비판했다. 수상 기업 선정을 둘러싸고 추천권을 행사한 자치단체의 부실 심사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대상 수상한 기업 자격 논란  

▲ '2009 기업인대상' 경영대상 수상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신라정밀의 모습. ⓒ 윤평호


지난 19일 충청남도는 '2009년 기업인대상' 수상 기업들을 발표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충청남도 기업인대상의 종합대상은 예산군에 소재한 비츠로셀이 차지했다. 천안에서는 신라정밀과 지에치디코리아, 넥스탑 등 3개 주식회사가 수상 기업에 포함됐다.

수상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비판이 불거지고 있는 기업은 올해 기업인대상에서 '경영대상'을 수상한 신라정밀(대표이사 최계열, 수신면). 충남도는 신라정밀의 수상 공적으로 기술력과 경영실적을 꼽았다.

충남도는 신라정밀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풍력발전설비 및 대형 트리플 선회베어링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흑자경영과 안정적인 경영 전략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경영성과가 탁월한 중견기업이라고 밝혔다.

신라정밀은 1986년 창사했다. 제1공장과 제2공장에 총 3백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제2공장은 제1공장 인근에 작년 7월 준공해 가동을 시작했다.

신라정밀을 비롯해 기업인대상 수상 기업들에는 충남도 경영안정자금대출 시 우대금리(3%) 적용, 해외시장 판로개척 지원, 중소기업지원기관이 수여하는 중앙 단위 포상기회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충남도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 시 홍보기회도 부여된다. 수상에 따른 별도의 현금 부상은 없다.

2009 기업인 대상 수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2시 30분 예산군 문예회관에서 열린다.

신라정밀, 노조 설립 후 6개월여 동안 직장폐쇄

충남도 경영대상을 수상한 신라정밀은 작년 노동조합 결성 후 지금까지 노사간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 3월 신라정밀 노동자 가운데 50여 명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신라정밀 지회(지회장 최기환)를 만들었다. 지회는 노조 결성 다음달인 4월에 단체교섭에 착수했지만 노사간 이견이 커 난관에 봉착했다. 6월 5일 지회는 조합원 92%의 찬성율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그러자 회사측은 6월 12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측의 직장폐쇄 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공장 출입을 제재받았다. 공장은 비조합원들로 가동됐다. 노조는 직장폐쇄에 맞서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였다. 6개월여 동안 계속된 직장폐쇄는 12월 10일 철회됐지만 이후에도 노사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회사측은 2008년 12월 8일 지회장을 비롯해 4명을 해고하고 조합원 3명에겐 3개월 정직처분 징계를 내렸다. 사측은 해고와 정직처분의 사유로 불법 쟁위행위에 따른 회사 손실, 회사 업무 방해, 사내 질서 문란 등 취업규칙 위반을 앞세웠다.

해고자 4명과 정직처분자 3명 등 7명은 작년 12월 10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충남지노위, 신라정밀 해고 및 정직처분 취소 판정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충남지방노동위원회(충남지노위)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3월 10일 충남지노위는 "해고 및 정직 처분은 그 사유에 비해 양정이 과하여 부당한 징계처분"이라 판정했다. 또한 징계처분은 노동조합 활동에 주도적인 노조 간부들에 대한 불이익 처분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충남지노위는 회사측에 30일 이내에 해고 및 정직처분을 취소해 원직에 복직시키라고 구제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신라정밀은 충남지노위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노위 판정 열흘 뒤 신라정밀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지노위의 판정을 거부한 회사측의 재심 신청으로 해고자들의 복직 꿈은 또다시 미뤄졌다. 최기환 지회장 등 해고자 4명은 현재 신라정밀 공장 밖에 마련해 놓은 컨테이너로 출근하며 몇 달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라정밀의 경영대상 수상 소식에 최기환 지회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지회장은 "신라정밀의 최기열 대표이사는 지회장 폭행, 조합원의 탈퇴 종용 등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가 일부 인정되어 작년 가을 입건되기도 했다"며 "노사관계는 상관없이 당기순이익만 올리면 경영대상을 받아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노동계 "부적절한 선정" VS 자치단체·기업 "합당한 수상"

신라정밀의 경영대상 수상에 노동계 역시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심의협 사무국장은 "노동자와 함께하는 기업에게 경영대상 수상의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며 "지노위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해고자 복직을 외면하는 신라정밀의 경영대상 수상은 올바른 선정 결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기업인대상을 주관하는 충남도나 수상자로 신라정밀을 추천한 천안시는 "받을만한 기업이 수상했다"고 밝히고 있다.

충남도 기업지원과의 담당자 정인태씨는 "신라정밀은 천안시의 추천을 받아 현지조사 후 심사위원회에서 수상기업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담당자는 "재무와 경영상태, 지역사회 기여도 등 29개 평가항목으로 심사는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노동부가 공표하는 불량사업장에도 신라정밀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인대상 수상 후보로 신라정밀을 추천한 천안시도 비슷한 태도다. 천안시 기업지원팀 관계자는 "몇 차례 기업을 방문하고 현장 근로자와 면담도 했지만 노사문제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기환 지회장은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하고 있는데 노사문제가 있다는 걸 현장방문에서 파악 못할 리가 없다"며 부실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신라정밀 관계자는 "기업인대상 심사 서류에 노사문제를 고의로 누락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경영대상 수상은 선정기준에 부합하고 노사분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한 점, 회사 업종이 녹색성장사업에 속하는 점 등이 인정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장 내 관리감독과 질서유지 차원에서 해고는 정당했다"며 "충남지노위 판정은 회사측 주장과 증거제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정으로 수용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천안 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2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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