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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한자말 덜기 (72) 상태 2

[우리 말에 마음쓰기 647] ‘상태를 확인’, ‘들뜬 상태’, ‘뇌사 상태’ 다듬기

등록|2009.05.23 12:21 수정|2009.05.23 12:21

ㄱ. 상태를 확인하는

.. 칠게를 잡는 어구에서 바가지로 칠게를 걷는 어민 두 사람과 시험 삼아 바지락 종패를 뿌려놓고 상태를 확인하는 어민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  《김준-새만금은 갯벌이다》(한얼미디어,2006) 162쪽

 칠게를 잡는 연장이라면 굳이 '어구(漁具)'라는 말로 나타내려고 하지 않아도 "고기잡는 연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칠게를 잡는 연장에서"나 "칠게를 잡는 통에서"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종패(種貝)'는 '씨조개'로 고쳐씁니다. '씨돼지'와 '씨감자'를 말하듯 '씨조개'입니다. '확인(確認)하는'은 '살피는'이나 '알아보는'이나 '지켜보는'으로 다듬고, '어민(漁民)'은 '고기잡이'나 '바다마을 사람'으로 다듬어 줍니다.

 ┌ 상태를 확인하는 어민
 │
 │→ 어떤가 살펴보는 고기잡이
 │→ 가만히 지켜보는 마을사람
 │→ 살펴보는 뱃사람
 └ …

 "어떤가 지켜봐", "어떤가 봐 줘", "어떤지 살펴봐" 하고들 곧잘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어떤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되어 가는지, 또는 잘못되어 가는 모습은 없는가를 알아보려고 이와 같이 묻곤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출하게 쓰던 우리 말투는 차츰 사라지거나 잊히는 가운데, "어떤 상태인가 지켜봐", "어떤 상태인가 봐 줘", "어떤 상태인가 살펴봐"처럼 '상태'가 사이사이 끼어듭니다.

 생각해 보면, '어떤가'나 '어떤지'라는 말조차 안 붙이고 "지켜봐"나 "봐 줘"나 "살펴봐" 하고 말하기도 하는 우리들이었습니다. 우리 말투가 이러했고, 우리 말 문화가 이와 같았습니다.

 ┌ 씨조개를 뿌려놓고 어떠한지 살펴보는
 ├ 씨조개를 뿌려놓고 잘 자라는지 지켜보는
 ├ 씨조개를 뿌려놓고 어찌 있는가 들여다보는
 ├ 씨조개를 부려놓고 잘 크는지 알아보는
 └ …

 갯벌에 씨조개를 뿌린 고기잡이, 또는 바다마을 사람은, 당신이 뿌린 씨조개가 어떻게 있는지 궁금할 테지요. 찬찬히 지켜보거나 살펴보면서 앞으로 어찌하면 좋을까 생각할 테고요. 곁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걱정과 꿈을 하나씩 나눠 들고 같은 마음이 됩니다.


ㄴ. 들뜬 상태

.. 중국에 상륙한 직후인 9월, 그녀는 들뜬 상태에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  《조너선 D.스펜서/김석희 옮김-칸의 제국》(이산,2000) 146쪽

 '상륙(上陸)한'은 '닿은'이나 '온'으로 다듬고, '직후(直後)인'은 앞말과 이어 "중국에 온 뒤 바로인"으로 다듬습니다. '그녀'보다는 사람이름을 밝혀서 써야 한결 알맞을 뿐 아니라 올바릅니다.

 ┌ 들뜬 상태에서
 │
 │→ 들뜬 마음으로
 │→ 들뜬 채로
 │→ 들떠서
 └ …

 마음이 들떠 있으니 "들뜬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간추리면 "들떠서 편지를 썼다"일 테고요. 아주 들떠 있는 모습이라면 "들뜨고 들떠 편지를 썼다"라 할 수 있습니다. "들뜨디들떠 편지를 썼다"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면 "기뻐서 편지를 썼다"이고, "슬픈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면 "슬퍼서 편지를 썼다"입니다. 있는 그대로입니다. 느낌 그대로입니다. 또는, "들뜬 채"나 "들떠 하면서"처럼 우리 느낌과 모습과 마음을 나타냅니다. 앞에 꾸밈말을 붙이며 "잔뜩 들떠서"나 "참말 들떠서"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ㄷ. 뇌사 상태

.. 이놈은 아직도 수리소에서 1년 이상 입원해 있고, 지금도 뇌사 상태다 ..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2)》(청어람미디어,2006) 32쪽

 "1년 이상(以上)"은 "한 해 넘게"로 고쳐씁니다. '입원(入院)해'는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지만, '맡겨져'나 '보내져'를 넣으면 한결 낫습니다.

 ┌ 지금도 뇌사 상태다
 │
 │(1)→ 지금도 뇌사에 빠져 있다
 │(1)→ 지금도 뇌사이다
 │(2)→ 지금도 맛이 간 채로 있다
 │(2)→ 지금도 고장난 채로 있다
 │(2)→ 지금도 고치지 못했다
 └ …

 사진기를 사람한테 빗대어 '뇌사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고장난 모습 그대로 '고장났다'라고 말해도 됩니다.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를 나타내 줄 수 있는 말을 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1)처럼 '뇌사'라는 낱말을 살리면서 말투를 손질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고장났다'고 있는 그대로 말하거나 '고치지 못했다'고 꾸밈없이 말해 봅니다. '맛이 갔다'고 해도 되고, '움직이지 않는다'라 해도 되며, '쓸 수 없다'고 해도 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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