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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어민들만 못살게 해요!

어항에 여수세계박람회 지원시설구역 지정으로 어민들 반발 확산

등록|2009.05.25 10:51 수정|2009.05.25 10:51

▲ 여수 국동항. 2007년 전국 수협 중 위판고 1위를 차지한 양항이다. ⓒ 오문수





"국동항 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힘없는 어민들만 못살게해요."

"엑스포는 국가적 행사이고 엑스포가 열리면 여수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 아닙니까?"
"엑스포가 열려야 하고 여수 시민으로서 협조해야 하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어항 바로 옆에 35층짜리 공동주택을 지으면 어민과 아파트 주민들 간에  악취 문제로 싸울 건 불 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여수세계박람회지원시설 지정 후 어민과 시 당국간 마찰로 시끄러운 가운데 어망을 손질하는 한 어민과의 대화이다. 수협 건물 곳곳에는 '국동항 어항지역내 공동주택 건립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하늘에는 약간의 구름이 있지만 바람 없는 바다는 잔잔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의사를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어민들의 마음속에는 먹구름과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여수 국동항과 여수수협

국동항은 1979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4년 다기능어항개발계획을 확정하고 2008년에 착공(사업비 462억원)하여 2011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국동어항의 이용 어선수는 1015척이며 위판장 등 부대시설을 포함하여 6만2168㎡의 면적을 사용하고 있다.

2007년 백억원 규모의 냉동, 냉장 공장을 완공하였고, 낡고 헐은 위판장을 여수의 명물로 만들고자 290억원을 투입하여 수산물종합센타 조성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수산물종합센타는 2011년 완공 예정이다.

1924년 11월 여수어업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오늘의 여수수산업협동조합으로 개명했다. 수협에는 조합원 1만328명에 2명(조합장, 상임이사)의 상임임원과 이사, 감사 및 40여명의 대의원회와 110개의 어촌계가 있다.

한때 미처리 결손금 121억원 때문에 2003년 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106억원의 경영개선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작년 1,300억원의 위판실적과 38억원의 순이익금으로 1등급 수협으로 거듭났다.

국동어항은 3만 여명의 어민과 가족 및 중매인, 관련업종사자, 항운노조, 선별작업자, 차량운송업자 등 연인원 40만명이 먹고 살아가는 기반이다. 2007년 전국 수협 중 위판고 1위를 차지한 양항이기도 하다.
    
쟁점을 알아보기 위해 국동어항지역사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와 시민단체․시의원 및 시당국자의 의견을 들었다.

국동항 해양관광문화복합단지 조성사업의 문제점 - 비대위의 입장   

사업신청자인 (주)에프엠과 여수시는 박람회지원시설구역 지정 신청 시 이용 주체인 어업인과 수협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배제했다. 3월 17일 여수수협 조합장실에서 3자(수협 조합장 및 임원과 여수시 관광문화수산국장 및 관계자, (주)에프엠 한승찬 사장)가 참석한 회의에서는 수협안인 민자사업추진부지 4만6000㎡범위에서 호텔사업을 합의했다.

하지만 5월 12일 11시 여수시청에서 열린 제4차박람회정부지원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된 사업시행 면적은 2만1288㎡가 늘어난 6만7288㎡에, 호텔 45층 628실, 35층(116m)높이의 휴양콘도(아파트) 4동 655세대를 지정 의결했다.

앞서 열린 실무위원회(5.1)에서 수협합의를 조건으로 제4차(5.12) 정부지원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 안건을 상정키로 했으나 사무총장은 "수협과 의견접근을 봐 앞으로 어떤 반대도 없을 것이다"라는 허위보고로 의결됐다는 언론(CNB뉴스)보도가 있어 개탄스러우며 시정을 강력히 요구 중이다. 관계자의 말이다

"국동어항 후면에 35층짜리 고층 공동주택이 신축 될 경우 봉산동지역 조망권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곳 지형 특성상 대기흐름 통로 한 가운데 위치해 대기 흐름을 방해하고, 생선비린내 때문에 5~10월까지 입주민과의 싸움은 불 보듯 뻔하여 위판 업무는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또한 의결된 지원시설구역 67,228㎡(20,335평) 중 호텔부지는 전체면적 중 32%에 불과하고 2.4%에 불과한 사유지를 제외하면 국․공유지입니다. 결국 개인 사업자의 아파트분양사업에 어항지역을 싼 값에 제공하는 결과만 제공할 뿐입니다. 웅천, 장성, 신월지구 시유지를 매각 및 장기무상임대 한다고 하는데 굳이 국동어항지역 국․공유지를 고집하는 속내는 뭡니까?"

▲ 여수수협 건물에 "국동항어항지역내 공동주택 건립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오문수



비대위에서는 여수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국무총리 및 각 기관 단체와 시민 단체 및 여론에 자신들의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수협관계자는 가능하면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바라지만 개선책이 나오지 않으면 궐기 대회와 반대서명 및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보여줄 태세다.

어민들의 반발에  사업자측의 다도오션시티(주)는 19일  "이번 주 중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보도다.(<남해안신문> 5.19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여론에  시관계자는 "현재 투자자가 정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추후 수협이 제시한 안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여수시민단체연대회의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국토해양부와 박람회 조직위원회, 여수시 등이 박람회 지원시설을 내세워 국동항의 국·공유지를 민간투자자에게 넘기려는 행위는 법률 위반(어항법) 논란은 물론 수산도시의 기능과 역할 축소, 수산인과 어민의 기반 약화초래 등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이 크게 미칠 것이다"며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주장했다.

여수시의회 강용주의원의 말이다.

"백년 이상 지속된 수산업이 3개월 박람회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여수시는 여수산단과 수산업이 경제의 두 축인데 무역항과 어항기능이 존폐의 기로에 섰습니다. 중앙정부가 결정했더라도 시 집행부가 지정을 반대해야 할 것인데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어요"


2007년 여수시 통계연보의 주택보급 현황을 보면 99.2%에 달한다. 현재 여수시 소라면 죽림리 일원에 대한주택공사가 진행 중인 택지개발사업은 주택이 3859호이며, 2011년에 완공예정인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은 9403세대이다. 국동항 박람회지원시설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지역에서 약 1㎞ 떨어진 지역에는 모 업체가 재개발사업으로 시작한 8백여 세대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여수시는 주택 보급률을 향후 120% 달성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 평균에 비해 상당히 양호하고 인구의 꾸준한 유입으로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는 판단이다.

과연 그럴까? 참고로 여수시 인구통계자료를 보면 몇 년 전까지 30만을 상회하던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작년말(08.12.31) 29만5133명에서 매달 감소하여 29만4577명(09.03)으로 3개월 만에 556명이 감소했다.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건축 후 분양이 안 되면 그 부담은 모두 여수시민이 떠안아야 할 판이다.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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