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나라당 누리꾼이 '노무현 죽음' 예언했다?
4월 8일 한나라당 게시판에 "봉하에 국화향 진동할 수 있다" 글 올려
▲ '해대어'라는 아이디를 쓰는 최영호씨가 지난 4월 8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 최씨는 "봉하마을에 국화향이 진동할 수 있다"며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멈춰야 한다"고 적었다. ⓒ 한나라당 홈페이지
친한나라당 성향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이 한 달 반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예측해 화제다.
'해대어'라는 아이디를 쓰는 최영호씨는 지난 4월 8일 한나라당 홈페이지 '누리꾼 발언대'에 올린 '노무현 대통령을 궁지로 몰지는 마십시오'라는 글에서 "잘못 하다가는 봉화마을에 국화꽃과 향이 진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한다"고 썼다.
최씨는 "밉다고 돌을 던지다가 그 사람이 죽어 버리면 죽은 사람이 욕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돌을 던지도록 했던 사람들이 욕을 먹게 된다"며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씨는 충고는 칼끝을 노 전 대통령에게 겨누기 시작한 검찰과 청와대 등 현 권력 핵심부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 글을 올린 시기에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과 일가로 향하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 이광재·서갑원 민주당 의원, '40년 지기'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오랜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치적 스승'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거나 구속되었고, 부인 권양숙씨마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가 이 글을 올리기 직전인 4월 7일 노 전 대통령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부인의 100만 달러 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중략)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예측한 최영호씨는 지난 7일 불구속 기소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 한나라당 홈페이지
"노무현을 본인보다 잘 아는 사람"... '노무현 불구속 기소' 지지 글도 올려
최씨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예측한 글에서 자신을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도 노 전 대통령 자신보다도 노무현이란 사람을 더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누리꾼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번 돈 문제로 인해서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는 마당에 그것도 한나라당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지 말라는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실 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사람이 살아오면서 순간적인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항상 뒷순간의 일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후 최씨는 지난 7일에도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할 사안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 와서 조사를 받고 영부인까지 조사를 받은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죄의 대가를 치른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라며 '불구속 기소'를 지지했다.
특히 최씨는 "검찰이 할 말을 적어 주겠다"며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해야 할 발언'을 이렇게 서술해놓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불구속으로 끝내지만 불구속을 무죄판결처럼 생각하는 비도덕적인 전직 대통령이 아니길 바란다.'
한편 최씨는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투신자살한 지난 23일에도 글을 올려 "봉하마을에 초상난다고 했잖아... 적당선에서 멈추라고 했건만"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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