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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지구 반대편에서 한 가정의 추모

조문 갈 수 없는 머나먼 페루 땅에서

등록|2009.05.26 10:09 수정|2009.05.26 10:39

장군 아파트 모습국방성 앞에 위치한 아파트, 일명 장군 아파트다. 현직 장성들만 22명이 현재 살고 있다. 여기에는 군인과 상관없지만 한국인 가정도 3-4가정 있다. ⓒ 박종호



페루 현지 시각으로 5월 23일 저녁 8시 30분 한국을 가기 위해 페루 리마공항 에어 캐나다 항공기 앞에서 대기하다 본인의 무지로 금지품목인 동물뼈 악기가 문제가 되어 결국 되돌아와야 했다.

집에 돌아와 접한 비보. 비보를 접한 양일 내내 중년에 이른 그 집 가장과 나, 두 남자는 울먹거려야 했다.

이튿날, 친조카와도 같은 이집 장남 아이가 가족의 마음을 대변한다며 아파트 관리인에게 찾아가 조기게양을 요청했지만 사실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라 거절당했다. 여기는 관리소장 맘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명색이 장군만 22명이 살고 있는 진짜 장군들의 아파트다. 아니 상식적으로도 가당찮은 요구이다.

그러나 가만히 있기에 젊은 영혼으로서 너무 가슴이 답답했나 보다. 녀석은 집 안방에 걸어놓은 태극기를 들고 나와 현관문에 부착함과 동시에 추모 문구를 한글과 에스파뇰로 작성해 혹여 있을지 모를 태극기를 내건 이유에 대한 변을 적었다.   마주 보이는 국방성 건물은 작년 에이펙회의가 있던 곳이라 이곳 입주자들은 현 한국의 대통령에 익숙하겠지만 추모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부연설명이다.   25일에 비행기를 타면 1박을 하더라도 한국에 가 조문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1주에 3번 운항하는 에어캐나다의 좌석이 없어 수요일에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소리에 마음이 내려 앉는다. 한국에 들어가자마자 최소한 국화 분향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 가족을 대신해 내가 조문하겠다 호언했는데 말이다.   페루, 옛 잉카제국의 후예들이 사는 이곳은 고국과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 정 반대편에서 조문도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파트 출입문의 추모 태극기밖에 태극기를 걸 수 없어 출입문에 추모의 마음으로 태극기를 부착하였다. ⓒ 박종호


노무현 전 대통령 한-에스빠뇰 추모문구통번역을 공부하는 이집 큰 아들이 작성한 문구. 조문을 갈 수 없는 먼 이역이라 이렇게 가족의 마음을 전체 대변하였다.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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