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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서 경찰에게 맞지 말고 오세요!"

초등생 자녀가 부모 걱정하는 세상

등록|2009.05.26 10:25 수정|2009.05.26 10:30

▲ 여수분향소 ⓒ 임현철



▲ 아이들도 아는걸까? ⓒ 임현철



▲ 국민을 사랑했던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 ⓒ 임현철




어제 이른 저녁 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분향소로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엄마 아빠만 다녀올게. 너희들은 내일 가자."
"예.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나빠요."
"왜에?"
"살아서 뜻을 이뤄야지, 국민들에게 슬픔을 남기고 돌아가셨잖아요."

가슴에 묻었던 말이 되돌아왔습니다. 철렁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이명박 대통령은 더 나빠요. 왜 사람을 못살게 구는 거예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말하지 않아도 아는구나 싶었습니다.

▲ 분향하는 국민들. ⓒ 임현철



▲ 글귀를 남기는 국민들. ⓒ 임현철



"분향소에서 경찰에게 맞지 말고 오세요!"

분향소로 가던 중 뒤늦게 집에 온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어디 가세요?"
"응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가는 중이야."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혹시나 해서요. 분향소에 가서 경찰에게 맞지 말고 오세요."
"그래, 그럴게."

딸아이의 말에 비수 같은 뼈가 들어 있었습니다. 어쩌다 아이들이 분향소에 가는 부모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아이도 화를 자초하는 서울 경찰을 보면서 느꼈던 게 있었나 봅니다. 서글픈 현실입니다.

▲ 아들 가슴에 달아준 리본 ⓒ 임현철




이명박 정부는 왜 국민을 두려워하는 걸까?

여수 분향소에는 많은 인파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서울 같이 분향소 주변을 철벽같이 가로막은 전경 버스와 전경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순조로운 분향을 위해 교통정리 중인 경찰과 전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나라임에도 분향소를 지키는(?) 경찰 모습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분향을 마치고 집에 왔더니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경찰 많이 있었어요?"

대답 대신 리본을 달아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조문가는 어른 걱정하는 나라.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이런 우스꽝스런 모습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지…. 나 원 참!

경찰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 그들은 왜 국민을 두려워하는 걸까?

▲ 여수에서 경찰은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경찰은 왜 그 모양인지... ⓒ 임현철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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