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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담배 한 대 피우고 가십시오

분향소 향로에는 향촉재와 함께 담뱃재가 가득

등록|2009.05.26 16:07 수정|2009.05.27 10:16

노대통령 영정앞 항로에는 담뱃재가 가득하다. 분향객들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피우시지 못한 담배 한 대 피우고 가시라고 영전에 담뱃불을 붙여 놓았다. ⓒ 안서순


'대통령님 부엉이 바위 위에서 피우시지 못한 담배 한 대 피우고 가십시요.'

서산시 분향소의 향로에는 향촉재보다 타다 남은 담배와 재가 더 수북하다. 26일 오전 김씨(74)할머니는 멀리서부터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분향소에 들어서서 작은 손가방에 정성스럽게 싸온 담배 한곽을 조심스럽게 영전에 올리고 그 중 한개피에 불을 붙여 놓았다.

이영림(27)씨는 분향 재배 후 한참을 앉아 흐느끼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없는데 영전 앞에 놓인 담배곽에서 한개피를 꺼내 올려도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묻고 서툰 솜씨로 불을 붙여 올렸다.

안석순(59)씨는 "선친께서 생전에 담배를 좋아하셔서 산소에 갈 때마다 늘 담배에 불을 붙여 산소앞에 놓는데 노대통령께서 마지막 가시면서도 담배한대 피우시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영전에 담배를 올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객들은 분향하기 전이나 하고난 후에 자신이 지니고 있는 담배에 불을 놓여 놓거나 영정앞에 놓인 담배곽에서 한개피를  꺼내 불을 붙어 놓는다. 분향소에는 향촉 타는 냄새와 담배 타는 내음이 한데 어우러져 번져간다.

사람들은 마지막 가시면서도 담배한대 피우지 못하고 이승과 작별한 노대통령의 작은 일에도 슬퍼하고 기억하며 원통해 한다.

현대오일뱅크에서 일한다는 김 아무개(38)씨는 "조문객들이 멀리서부터 눈물바람 앞세우고 돌아가시기 전 담배를 피우고 싶어했다는 말을 기억하고 영전에 담배를 올리는 것은 국민들 가슴속에 노대통령이 차지하는 부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금희(34)씨는 "장례 후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위에 담배한곽을 올려놓고 한개피에 불을 붙여 올 생각이다"며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대통령이 서거한지 4일째. 서산시민 분향소는 여전히 조문객이 끊임이 없고 그들이 바치는 담배가 넘쳐  노대통령이 분향소에 걸린 걸개그림에서 처럼 소박하고 환하게 웃으며 "이제 그만 하입시다"는 투박한 경상도 어투와 함께 손사레를 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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