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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부 덮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설치?

부평구, 시민단체 추모 현수막 철거... "분향소 핑계로 농성장 강제 철거"

등록|2009.05.26 16:10 수정|2009.05.26 17:33
한나라당 소속 박윤배 부평구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설치를 핑계로 구청장 사퇴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시민단체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부평구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음에도, 부평풍물대축제를 강행했다. 일부 부평구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구청 등에 전화를 걸어 '나라에 큰 일이 생겼는데 축제를 계속해야 하겠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 인천연대는 자신의 비리를 숨기려 고인을 팔아먹는 구청장은 사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한만송


인천시 전체적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분향소를 설치한 곳은 26일 현재 한 곳도 없는 상황에서 부평구는 이날 분향소 설치를 이유로 구청장 사퇴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시민단체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시민단체와 부평구의회 소속 지방의원들은 "분향소를 설치할 곳이 실내를 비롯해 많이 있는데, 시민단체가 구청장 측근 비리를 문제 삼아 농성을 하고 있는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하고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부평구의회 민주당 소속 신은호, 최화자, 류수용 의원 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이후 부평구 차원의 추모 현수막 게시 등을 관계 공무원과 부구청장 등에게 수차례 요구했다.

25일에도 의원들은 분향소 설치, 추모 현수막 게시 등을 구청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부평구는 이에 대해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분향소 설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던 부평구가 26일 오전에 10시 30분 경 시민단체와 민주당 소속 부평구의회 의원들에게 분향소를 농성이 진행 중인 부평구청 청사 정문에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부평구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시민단체는 "분향소를 설치할 곳이 여러 곳이 있는데도, 굳이 농성장에게 설치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평구는 오후 1시 30분 경 청원경찰과 공무원 수 십 명을 동원해 농성장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해 시민단체 여성 회원 여러명이 찰과상 등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문제는 부평구가 농성장을 철가하고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오후 4시 현재까지도 분향소 설치를 위한 어떠한 준비도 없어, 구청장 치부를 지적하는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하기 위한 철거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예상된다.

더욱이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설치한 추모 현수막 등을 농성장을 철거하면서 강제적으로 철거해,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사태를 지켜본 부평구의회 최화자 구의원은 "부평구의 태도는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오히려 욕보이려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은호 의원도 "수차례 분향소 설치와 행정 지원, 현수막 게첩 등을 요구했음에도 불구, 묵묵 부담인 부평구청이 오히려 시민단체가 설치한 분향소와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하는 것은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소속 박윤배 부평구청장의 부인과 전 측근의 비리 문제와 관련해 부평구청에서 농성을 15일째 진행 중인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김은경 부평지부 사무국장은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라면 감히 이렇게 하지 못 했을 텐데... 다른 지자체 등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사망해 축제도 축소해 운영하거나 연기함에도 불구, 축제를 흥청망청 즐기더니 분향소를 핑계로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하는 행태를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시 10개 구군 중 분향소를 설치한 곳이 아직 한 곳도 없는 상황에서 부평구가 전직 대통령이 서거 했음에도, 흥청망청 축제를 즐기더니 분향소 설치를 위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방적으로 농성장을 철거하고 심지어 조기마저도 찢어 버리는 행태는 용서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농성장 철거 과정을 지켜본 주부 김 아무개(41세)씨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죽음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소속 부평구청장의 이번 조치는 주민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평구민들의 상당수는 부평구청장 부인과 측근의 비리에 대해 의혹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해명도 없이 시민단체를 저렇게 대하는 것은 부평구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부평구 관계자는 "인천에서 현재까지 분향소를 설치한 자치구는 없지만,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농성장을 철거했다"면서, "앞으로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이날 긴급보도자료를 통해 "부평구의 구청내 분향소 설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따라 인천시에서 설치한 분향소가 도원체육관 등 멀리 설치되어 있어 부평구민들이 분향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박윤배 청장은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라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상황을 빌미로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극단적이고 불법적인 압박을 가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면 오히려 갈등의 단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서 양보와 배려, 화합을 배워야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인천연대는 박윤배 부평구청장의 부인이 민간자본유치 주차타워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2억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15일째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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