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나는야 엄지짱] 드러움(?)과 부드러움 사이

'엄지짱'이 뭔지도 모르는데... '한 글자'의 힘을 새삼 느끼다

등록|2009.05.27 11:22 수정|2009.05.27 11:22
지난 23일 토요일부터 무력감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토요일 저녁 송내역에 만들어진 분향소에 하나뿐인 딸아이와 아내 함께 가족이 분향하고, 주일 예배를 통해 스카우트해 가신 가장 사람다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사용해 주십사 기도를 드려도 먹먹한 가슴은 좀처럼 풀리질 않는다.

월요일…. 슬픔과 분노는 여전 하나 할 일은 해야만 하기에, 출근해서 바쁘게 상담(참고로 나는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을 하고 있던 중 낯선 번호가 찍힌 전화가 걸려 왔으니…  <오마이뉴스>란다. 순간 '옴마, 먼 일?'.

<오마이뉴스> 창간 때부터 애독하고 자발적 유료독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기사들을 읽고 보고 느낄 줄만 알았기에 그 전화는 내 궁금증을 강렬히 자극했다. 늘 읽으며 감동하고 비판과 희망의 끝을 놓지 않게 해주는, 참으로 고마운 IT시대의 동반자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반가운 곳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러나 오호라, 더욱 중요한 등록 상담을 하던 중이었으니… "죄송하지만 지금 통화하기가 곤란합니다"하고 얼른 끊고 내심 낚시 전화면 다시 안 하겠지 하는 생각도 스쳐간 게 사실.

한참이 지나서 저녁 무렵에 다시 걸려온 전화. <오마이뉴스> '엄지뉴스'(#5505)에 며칠 전 내가 보낸 사진(그것도 처음이라 잘 몰라서 제목도 없이 달랑 사진만 보낸)이 '금주의 엄지짱'으로 선정됐으니 간단한 글을 올려달라는 말씀.

☞ [엄지뉴스 바로가기] 드럽고 신선한 오리고기!

노 전 대통령 애도 기간이라 좀 뭐하지만 그래도 가볍게 올려 달라는 매우 조심스럽고 예의 바른 담당자 말씀. '워메나 먼 일? 낚시 아니고 진짜네….'

딸과의 세대 격차 느끼지 않으려고 생활 속에서 발견한 '엄지'

나는 늦은 결혼으로 어렵게 얻은 딸아이를 가능하면 부모와의 세대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하려고 눈높이와 몸을 많이 낮추며 사는 편(여기서 몸을 낮춘다란 피곤해도 아이 활동을 위해 내 몸이기를 포기하고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을 말 함)이다.

책방 들르기, 영화보기, 여행가기, 등산하기, 장보기 등등 가능한 딸과 함께 동행하고 동참한다.

▲ 드럽고 신선한 오리고기. 엄지뉴스 #5505로 처음 보내본 사진이다. ⓒ 이승렬


이 사진도 딸과 함께 장 구경하러 갔다가 찍은 것. 재래시장, 대형마트 들러서 알뜰 구매를 하려고 천 원 샾에 들렀다가 무엇 하나 소홀히 지나치지 않는 딸 덕분에 발견하고 참 재밌다는 생각에 찍었다.

말이란 게 단 한 글자로도 이렇게 재미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개 사료이기에 망정이지, 또 사람이 먹는 것 같으면 이렇게 실수하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과 이런 것도 먹어야 하니 개 팔자가 마냥 상팔자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ㅋ ㅋ).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인터넷 노젓기'(항해 수준이 아니라)를 한다.

그러던 중 잠깐이나마 생각에 잠기게 하고, 짧지만 미소가 스치게 하는 '엄지뉴스'를 얼마 전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

글 솜씨 없는 나, 사진으로나마 잠깐의 웃음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면 그 또한 좋은 일 같아서 올려 봤는데… "짱"이라니! '그럼 내가 여러 사람들에게 잠깐의 웃음을 선물한 건가' 생각하니 참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 수상 소감 한마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더욱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앞으로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한 글자'가 이렇게 사람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하는데, 글로 장사하는 그들이 써대는 무수한 말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사회에 미치나를 되새기길 바란다. 그리고 신문들이, 정치가 너무 드러운(?) 상태인 대한민국이 참으로 부드럽고 신선하게 국민을 보듬는 환골탈태의 정치로 변화하기를 또 쓸데없이 기대해 본다.

☞ [엄지뉴스 바로가기]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