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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12) 의식적

― ‘의식적으로 찾아가야’, ‘의식적으로 애쓰지’, ‘의식적으로 준비해’ 다듬기

등록|2009.05.26 17:48 수정|2009.05.26 17:48

ㄱ. 의식적으로 찾아가야

.. 내 생각에는 스스로가 적극적인 자세로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개선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의식적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  《마스다 지로/이영세 옮김-대학에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백산서당,1994) 84쪽

 "적극적(積極的)인 자세(姿勢)로"는 "힘껏 나서서"나 "바지런히 나서서"로 손질합니다. "개선(改善)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는 "고쳐야 할 대목은 무엇이고"나 "무엇을 고쳐야 하고"로 다듬습니다. "개선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은 "고칠 수 없는 대목은 무엇인가를"이나 "무엇을 고칠 수 없는가를"로 다듬어 봅니다.

 ┌ 의식적으로 찾아가야
 │
 │→ 열린 마음으로 찾아가야
 │→ 마음을 열고 찾아가야
 │→ 깨인 눈으로 찾아가야
 │→ 힘껏 찾아가야
 │→ 부지런히 찾아가야
 └ …

 보기글 앞쪽 '적극적인 자세'를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찾아가야'를 고쳐씁니다. 앞쪽에서 "힘껏 나서서"로 고쳐쓴다면, 뒤쪽은 "부지런히 찾아가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앞쪽을 "힘껏 나서서"나 "바지런히 나서서"로 고쳐쓰면서, 뒤쪽은 "열린 마음으로 찾아가야"나 "깨인 눈으로 찾아가야"로 고쳐써도 되고요. "깊이 생각하며"나 "곰곰이 살피며"나 "차근차근 돌아보며"로 뒤쪽을 고쳐 주어도 잘 어울립니다.


ㄴ.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으면

.. 건강했던 시절 아내의 모습은, 이제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다 ..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허수아비의 여름휴가》(양철북,2006) 11쪽

 '건강(健康)했던'은 '튼튼했던'이나 '아프지 않던'으로 손보고, '시절(時節)'은 '때'로 손봅니다. "아내의 모습"은 "아내 모습"으로 다듬어 줍니다.

 ┌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으면
 │
 │→ 일부러 애쓰지 않으면
 │→ 몹시 애쓰지 않으면
 │→ 무척 애쓰지 않으면
 └ …

 '의식을 하며' 애쓰는 일이란, 조금 더 마음을 쓰거나 생각을 하며 애쓰는 일입니다. 이냥저냥 애쓰기만 해서는 이루기 어렵기에, 퍽 애쓰거나 많이 애써야 하는 일입니다. 부러 애써야 하는 일이라 할 수도 있지만, 몹시 애써야 하는 일이라고 할 때 한결 어울립니다.

 ┌ 머리를 쥐어짜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다
 ├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다
 ├ 곰곰이 헤아리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다
 └ …

 가만히 보면, 몸이 아파서 괴로워하다가 죽은 사람이 몸이 안 아프던 때 모습을 떠올리는 일도 애써야 비로소 떠올릴 수 있고,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을 좀더 올바르거나 알맞게 추스르는 일도 애써야 비로소 매끄럽게 잘 추스를 수 있습니다. 애쓰지 않고서 이룰 수 있는 일이란 없습니다. 애써야 사랑을 따뜻하게 이어나가고, 애써야 믿음을 고이 지켜나가며, 애써야 가난한 살림이면서도 이웃과 넉넉히 나누면서 살아갈 힘을 냅니다.


ㄷ. 의식적으로 준비해

.. 문득 궁금해져서 일부러 찾아본 적이 있다. 의식적으로 준비해 두었다가 한 말인지, 아니면 어쩌다가 마지막 말이 되었는지 ..  《장영희-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사,2005) 82쪽

 '준비(準備)해'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마련해'나 '생각해'로 손질해 주어도 됩니다. '유언(遺言)'이 아닌 '마지막 말'이라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 의식적으로 준비해 두었다가
 │
 │→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 먼저 생각해 두었다가
 │→ 곰곰이 생각해 두었다가
 │→ 오래도록 생각해 두었다가
 │→ 차근차근 마련해 두었다가
 └ …

 죽기 앞서 말 한 마디를 남기는 사람이 있고, 말 한 마디조차 남기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죽기 앞서 남기는 말 한 마디를 오래도록 생각해 온 사람이 있고, 딱히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찍부터 틀을 짜거나 마련하는 사람은 이러한 사람대로 흐뭇합니다. 굳이 틀을 짜지 않아도 되거나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은 이러한 사람대로 넉넉합니다. 저마다 제 그릇에 알맞게 삶을 꾸리기 마련이며, 저마다 제 깜냥에 걸맞게 말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미리 생각해 둔 말을 들려준다고 하여 더 뛰어나거나 빈틈이 없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불쑥 생각해 내어 겨우 들려준다고 하여 좀더 모자라거나 어수룩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제 마지막 말을 남기게 된다 하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제 삶을 얼마만큼 알뜰히 꾸리느냐에 달린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로 말 한 마디 없어도 뒷사람이 고이 헤아리면서 받아들 수 있으며, 길디길게 말을 많이 남겼으나 뒷사람이 하나도 헤아리지 않으며 쓰레기조각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참을 담은 말이 되자면 삶부터 참을 담은 삶이어야 합니다. 참을 담아 일하고 놀이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참 아닌 거짓으로 일과 놀이와 사랑이 이루어져 있었다면, 이런 삶자락 마지막 말에 어떤 힘이나 즐거움이나 고마움이나 빛이 묻어날는지요. 말이 말다이 마무리되도록, 삶이 삶다이 마무리되도록, 바로 오늘 이 자리부터 우리 스스로 꼬옥 붙잡아야 할 무엇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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