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도민 분향소 24시간 지키는 사람들
공식 분향소만 여덟 곳, 제주 추모열기 뜨겁다
▲ 도민분향소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마련된 도민분향소에서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부부가 노전 대통령에게 헌화하는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노사모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24시간 동안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 장태욱
정부와 4.3유족회 등이 분향소를 개소하면서 제주도 내 공식적인 분향소만 8군데(제주시 5곳, 서귀포시 3곳)에 이르고 있는데, 각각의 분향소마다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조문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 국민장분향소제주시 한라체육관에 마련된 국민장분향소에서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임원들이 단체로 분향하는 모습이다. ⓒ 장태욱
24일 낮에는 또 조계종 제23교구 본사인 제주 관음사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되었다. 노 전 대통령은 천주교 신자였지만 불교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의 각 불교사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뒤를 이어 정부와 노 전 대통령 유족 사이에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치를 것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자 25일 제주시 한라체육관과 서귀포시 시민회관에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분향소'가 마련되었다. 국민장 분향소가 개소된 이후 매일 밤 10시까지 분향이 끊이지 않았다.
▲ 4.3유족회4,3유족회 회원들이 제주시 신산공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다. ⓒ 장태욱
또, 4.3유족회도 25일에 제주시 신산공원에 분향소를 마련했는데, 이 곳에도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제주4.3유족들에게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도 같은 것이다. 참여정부가 제주4.3의 진실규명에 기여한 업적과 4.3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이 도민들에게 가한 폭력을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일들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4.3유족에게는 기둥 같은 지도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 4.3유족회 할머니4.3유족회 소속 할머니 한 분이 분향 도중 "세상에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냐"며, 울음을 터트렸다. ⓒ 장태욱
각 분향소마다 조문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중 특히 관심을 끄는 곳이 있다. 제주 시청 어울림마당에 마련된 도민분향소다. 이 분향소는 노사모 회원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지난 24일 자발적으로 모여 개설했다. 분향소가 만들어진 이루 5일 동안 시민들은 조를 나누어 매일 24시간 이곳을 지키고 있다. 저녁 7시부터는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는 촛불추모제도 연다.
▲ 서귀포 분향소서귀포 일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할머니 한 분이 분향하는 모습이다. 이 할머니는 "노무현 대통령때문에 너무 많이 울었다. 돌아가실 때도 나를 울렸다'며 슬픈 심정을 나타냈다. ⓒ 장태욱
24일 이곳에 분향소를 만들자마자 봉화마을에서 국민장을 치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부에서는 이 분향소를 철소하고 국민장 분향소에 합류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결국 분향소를 철소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적은 인원으로 매일 24시간 일주일동안 분향소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촛불추모제에 참여한 시민들로부터 강한 반론이 제지되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장에 참여를 꺼리는 시민들은 매일 밤 촛불추모제로 노 전 대통령를 추모하게 해 달라며 간절하게 주문했다. 국민장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이 분향소를 지키는 이들은 어울림마당에 마련된 도민분향소를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 여고생한 여고생이 영정 속의 노전 대통령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다. ⓒ 장태욱
▲ 리본들과 풍선들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했던 노란색 리본들과 풍선들이 매달려있다. ⓒ 장태욱
많은 시민들은 매일 이곳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한다. 2002년 대선 기간에 노 전 대통령을 상징했던 노란 리본과 노란 풍선에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글귀를 써서 매달아 그를 위로하는 이들도 있고, 가족별로 나와 촛불을 밝혀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는 이들도 있다.
이 분향소는 이곳에 모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매일 수천송이의 꽃과 수천 장의 리본을 구입하는 비용이 절대 만만치는 않지만, 이 분향소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시민은 음료수를 사들고 오고, 어떤 시민은 국화꽃 한다발을 사들고 온다. 또 어떤 시민은 후원금이 든 봉투를 주고 가기도 한다.
▲ 촛불 추모제매일 저녁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모여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는 촛불추모제가 연다. ⓒ 장태욱
이 분향소를 만들고 지켜오는 과정에 앞장섰던 박원철(47세) 장례위원장과 공종식(45세) 전 제주 노사모 대표는 "어렵더라고 이 분향소를 지키기를 잘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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