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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씻김굿, 봉하마을 찾아간다

29일 오후 5시부터 굿...산자와 망자 모두 위로

등록|2009.05.28 11:23 수정|2009.05.28 11:52

▲ 진도씻김굿은 망자 뿐 아니라 산자들까지도 위로한다.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영혼을 달래주는 진도 전통의 민속굿이다. ⓒ 이돈삼



망자의 넋뿐 아니라 산자들의 무사함을 비는 독특한 제례의식인 진도씻김굿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아간다. 진도씻김굿보존회(회장 박병원)는 29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국민장을 치르고 고향으로 내려오는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기다리면서 씻김굿을 하기로 했다.

이번 씻김굿에는 씻김굿 기능 보유자인 박병원씨 등 보존회원 20여명이 참여한다. 장의위원회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 굿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노 전 대통령을 기다리면서 시작, 유해가 도착할 때까지 펼쳐진다.

회원들은 이번 굿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넋을 위로하면서 극락왕생으로 인도하게 된다. 진도씻김굿보존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서울에서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는 동안 씻김굿을 벌일 예정"이라며 "극락왕생해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진도 씻김굿보존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을 하루 앞둔 28일 밤 8시부터 분향소가 설치돼 있는 진도군 진도읍 철마광장에서 4시간 동안 씻김굿을 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혼을 달랠 예정이다.

박병원 진도 씻김굿보존회장은 "평소 소탈하고 또 늘 힘을 주던 대통령님이라 그냥 보낼 수 없어 자체적으로 굿판을 벌이게 됐다"며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굿을 하며 그 분의 한을 풀어드려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위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진도씻김굿은 망자의 넋뿐 아니라 산자들의 무사함을 비는 독특한 제례의식이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 진도씻김굿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국민장이 열리는 29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간다. 진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진도씻김굿 공연 모습이다. ⓒ 이돈삼



죽은 사람 뿐 아니라 산 사람의 무사함까지 비는 진도씻김굿은 춤이나 음악에서 예술적 요소가 뛰어나고 자료가치가 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제72호)로 지정돼 있다. 유럽에서 열린 세계민속축제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씻김굿은 '원한을 씻어준다'는 의미. 상복을 입은 무당이 춤과 노래로 이승에서 풀지 못한 망자의 원과 한을 불러내서,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울려 풀어내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굿으로 진도민속의 꽃으로 불린다.

피리, 대금, 해금, 북, 장구, 꽹과리 등이 굿판의 장단을 이끌어가며, 여기에 아쟁이 더해진다. 이 연주에 맞춰 무당이 신을 불러내며 안당, 초가망석, 쳐올리기, 손님 굿, 제석굿, 고풀이, 영돈말이, 씻김(이슬털기), 길닦음, 종천 등으로 진행된다.

정수는 고풀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채 저승으로 간 한과 원한을 의미하는 '고'를 차일의 기둥에 묶어 놓았다가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영혼을 달래주는 순서다. 씻김굿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모두 4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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