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입이고 나는 주둥이야?"
심한 기침을 하는 아들에게 '배국'을 끓여주다
▲ 기침에도 탁월한효능을 자랑하는 배차 ⓒ 홍경석
대학 졸업반인 아들은 참 착합니다!
우선 자타가 공인하는 효자랍니다.
아울러 매사에 뭐든 똑부러지게 잘 하지요.
성적도 줄곧 상위권이어서 졸업 뒤에 아들을
취업시키지 아니 하는 기업은 아마도 아니, 필경 큰 손해가 날 것입니다.
이같은 저의 주장에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나 하는 작태'라며
비웃어도 하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자식자랑과 같은 모티프조차 없어서야 이 풍진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아무튼 아들은 당면한 내년 2월의 졸업과
취업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요즘도 자정이 가까워야 겨우 귀가합니다.
그만큼 '열공'을 하는 아들인지라 몸이 참 많이 야위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에게 건강을 생각하여 공부 좀 적당히 하라고 지청구를 하곤 하죠.
그처럼 과로한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들은 며칠 전부터 심한 기침을 하면서 고통을 호소하더군요.
그래서 아내는 그제 저녁부터 아들에게 좋은 '배(梨)국'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배국'이라고 하니 이상하지요?
그건 바로 기침에 좋은 배(梨)와 대추, 그리고 은행을
함께 넣어 팔팔 끓여 국으로 만든 뒤 마시는 것을 이르는 것이랍니다.
여기에 도라지까지 가미하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마침 집에 없어 넣지 못 했답니다.
하여간 이렇게 아내가 정성으로 만든 배국을
아들이 후루룩 잘 마시더니 어젠 몸이 한결 나아졌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이내 보름달 얼굴이 된 아내의 화색도 밝아졌음은 물론입니다.
그같은 아내의 아들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보면서
어재는 저도 그 배국을 한 대접 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몹쓸(?) 아내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안 돼, 저건 아들이 먹을 거야."
순간 세상에서 하나뿐인 서방 알기를
똥친 막대기 취급을 하는가 싶어 부아가 나더군요.
"왜? 아들은 입이고 나는 주둥이야?"
그러자 아내는 이유가 '타당한' 강변을 시작했습니다.
"당신이야 늘 몸에 좋은 걸 먹지 않수? 그것도 주야장천으로 말요."
순간 의아해서 냉큼 어필했지요.
"쥐뿔도 없는 내가 무슨 보약을?"
"그것도 몰라... 소주 말야."
".................... ! (깨깽~)"
아내가 만든 배국을 먹고 아들의 기침이 어서 낫길 바랍니다.
그리고 요즘 시험기간이라는데 아들의 시험이 끝나면
모처럼 술집에 가서 부자간에 정겨운 술잔도 나눌 요량입니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