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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13) 직접적

― '직접적으로 느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다듬기

등록|2009.05.28 16:28 수정|2009.05.28 16:28

ㄱ. 직접적으로 느낄

.. 솔직히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을 받아들이기는 좀처럼 쉽지가 않다 ..  《로리 팰라트닉, 밥 버그/김재홍 옮김-험담》(씨앗을뿌리는사람,2003) 31쪽

 '솔직(率直)히'는 '까놓고 말해'나 '그러니까'나 '한마디로 말해'로 다듬어 봅니다. "추상적(抽象的)인 개념(槪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나 "머리속 이야기"로 손질해 보는데, 얼마나 어울릴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상'이라는 낱말이 뜻하는 그대로 두루뭉술하다는 느낌입니다. 좀더 환히 떠오를 수 있도록 추스르고, 한결 또렷이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게끔 가다듬으면서, 우리 깜냥껏 새로운 우리 말을 찾아내어 쓴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싶습니다.

 ┌ 직접적(直接的) :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 연결되는
 │   - 직접적 수단 / 직접적 피해 / 그가 입산하게 된 직접적 동기 /
 │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 /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해 주세요
 ├ 직접(直接)
 │  (1)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 연결되는 관계
 │   - 직접 거래 / 직접 거명 / 직접 가담
 │  (2)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
 │   - 내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나 보겠다 /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
 ├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 직접 느낄 수 없는
 │→ 곧바로 느낄 수 없는
 │→ 바로 느낄 수 없는
 │→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없는
 │→ 살갗으로 느낄 수 없는
 │→ 또렷이 느낄 수 없는
 └ …

 "바로 연결되는"을 가리키는 '직접'입니다. '연결(連結)'은 '잇다'나 '이어지다'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직접'을 쓰든 '직접적'을 쓰든, 우리한테는 "바로 이어지는" 무엇인가를 나타내는 셈입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살피면서, "직접 거래"와 "직접적 거래"는 어떻게 다를까 헤아려 봅니다. "직접 가담"과 "직접적 가담"은 얼마나 다를는지 곱씹어 봅니다. "직접 피해"와 "직접적 피해"는 여러모로 다른 모습을 이야기할는지 생각해 봅니다.

 한자말 '직접'을 써야 한다면 쓸 노릇입니다. 그런데 왜 이 낱말 뒤에 '-적'을 붙여야 할까요. '-적'을 붙이지 않는다면 우리 느낌을 찬찬히 들려주기 어려울까요. '직접'이라는 낱말만으로는 모자라기에 남다른 느낌을 나누고자 '-적'을 붙여야 할까요.

 ┌(ㄱ) 내가 그 사람을 바로 만나 보겠다
 ├(ㄴ) 내가 그 사람을 몸소 만나 보겠다
 │
 ├(ㄷ) 내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나 보겠다
 └(ㄹ) 내가 그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나 보겠다

 우리는 (ㄱ)과 (ㄴ)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ㄷ)처럼 이야기할 때가 있고 (ㄹ)처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때 (ㄱ)부터 (ㄹ)까지는 얼마나 다른 뜻과 느낌을 담아내게 될까 궁금합니다. (ㄱ)과 (ㄴ)만으로는 우리 뜻과 느낌을 실어내기에는 모자라거나 아쉽거나 어수룩하게 될는지 궁금합니다. (ㄷ)과 (ㄹ)처럼 써야만 하는 사뭇 다른 뜻과 느낌이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ㄱ) 바로 겪어 보지 않으면
 ├(ㄴ) 몸소 겪어 보지 않으면
 │
 ├(ㄷ)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ㄹ) 직접적으로 당해 보지 않으면

 토씨 하나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 말입니다. '직접'이라고만 적을 때와 '직접 + 적'으로 적을 때는 똑같을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적'을 붙이는 말씨는, '-적' 없이 적는 말씨와 얼마나 다른지, 또 (ㄱ)과 (ㄴ)처럼 아예 '직접'을 털어낸 말씨와는 얼마나 다른지 궁금합니다. 참말 다른 대목이 있기나 한지, 우리 스스로 굳이 다르다고 나누려 하는지 궁금합니다.

 ┌ 입산하게 된 직접적 동기 → 산에 들어가게 된 바로 그 까닭
 ├ 직접적으로 관련된 → 곧바로 이어진 / 고스란히 얽힌
 └ 직접적으로 말해 주세요 → 바로 말해 주세요 / 있는 그대로 말해 주세요

 언제나 있는 그대로 쓸 글입니다. 늘 꾸밈없이 주고받을 말입니다. 차림새를 고이 매만지는 일은 나쁘지 않으나, 겉치레에 잔뜩 빠지는 일은 달갑지 않습니다. 매무새를 반듯하게 다독이는 일은 반갑지만, 겉꾸밈에 휘둘리면서 속멋을 돌보지 못하면 안쓰럽습니다.

 우리 삶과 생각과 넋 모두, 겉은 겉대로 가꾸어야 옳겠습니다만, 속도 속대로 가꾸어야 아름답습니다. 다른 사람 눈길을 생각하며 옷차림과 몸매를 다스리듯, 우리 마음속 외침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 말과 글 또한 알뜰히 다스려 주면 좋겠습니다. 마음자리부터 손수 아름다이 가꾸고, 마음밭부터 몸소 싱그러이 일구며, 마음바탕부터 우리 땀과 품을 들여 사랑스레 보듬으면 좋겠습니다.


ㄴ.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 특히 일본은 한국과 가장 깊은 정치ㆍ경제적인 관계가 있으며, 재일 한국인은 남북분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해외동포입니다 ..  《강재언,김동훈/하우봉,홍성덕 옮김-재일 한국ㆍ조선인―역사와 전망》(소화,2005) 7쪽

 '특(特)히'는 '더욱이'나 '더군다나'로 다듬습니다. "가장 깊은 정치ㆍ경제적인 관계(關係)가 있으며"는 "가장 깊이 정치ㆍ경제가 이어져 있으며"나 "정치ㆍ경제가 가장 깊이 이어져 있으며"로 손질하면 어떠할까 싶고, "남북분단(-分斷)의 영향(影響)을"은 "남북이 분단된 영향을"이나 "남북이 갈라진 아픔을"이나 "남북이 쪼개진 생채기를"로 손질해 줍니다.

 ┌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
 │→ 곧바로 받고 있는
 │→ 맞바로 받고 있는
 │→ 바로바로 받고 있는
 │→ 고스란히 받고 있는
 │→ 그대로 받고 있는
 └ …

 남과 북이 갈라진 탓에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고달픕니다. 그리고, 남녘에 사는 사람과 북녘에 사는 사람도 고달픕니다. 고달프지 않은 한겨레는 없습니다. 중국에 사는 한겨레도, 러시아에 사는 한겨레도 고달픕니다.

 삶을 삶 그대로 들여다보고 껴안고 어깨동무하면서 가꾸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벌써 예순 해 앞서부터 군사비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했으며, 정작 우리 삶자락을 보듬는 데에는 눈길 한 번 따스히 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갈라진 나라만큼 마음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갈라진 금만큼 생각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갈라진 햇수만큼 넋과 얼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살림살이가 갈라지고 문화가 갈라지며 말과 글이 갈라집니다.

 오순도순 꾸리는 삶보다는 서로 치고받는 삶이 되어 버립니다. 배부른 이가 배고픈 이를 감싸는 사랑이 자리잡지 못합니다. 서로 믿고 아끼는 마음보다는 서로 미워하고 곁눈질하는 눈치와 업신여김이 판칩니다.

 ┌ 온통 받고 있는
 ├ 온몸으로 받고 있는
 ├ 모든 곳에서 받고 있는
 └ …

 이곳저곳 구석구석 남김없이 갈라지고 쪼개지고 나뉘어집니다. 이 말 저 말 구석구석 매이고 묶이고 발목 잡힙니다. 우리 스스로 아름다이 뻗어나가지 못합니다. 우리 힘으로 슬기롭게 새로워지지 못합니다. 우리 깜냥껏 멋들어지게 거듭나지 못합니다.

 정치가 가라앉으며 경제가 가라앉고, 문화가 가라앉으며 교육이 가라앉고, 일놀이가 가라앉으며 말글이 가라앉습니다. 나라 곳곳에 따스함이 감돌면 우리 몸과 마음 가득 따스함이 감돌면서 우리 넋과 얼 모두 따스함이 넘칠 테지만, 따스함이 뿌리내릴 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수수하게 내미는 손이 보이지 않고, 투박하더라도 함께 맞잡는 손이 보이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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