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포이동 266번지는 존재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옆 판자촌 포이동 탐방 ①]

등록|2009.05.28 20:28 수정|2009.05.28 20:28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 4번 출구를 나와서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난 길로 꺾어져 들어간다. 5분 정도 걸어서 대치초등학교를 지나면 양재천으로 가는 길목이 나온다. 도심 속에 위치하는 양재천을 둘러싼 자연의 풍경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듯하다. 양재천을 거니는 연인들과 가족들의 얼굴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그 양재천에 놓인 징검다리 하나를 건너면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포이동 266번지로 들어가는 입구징검다리 하나를 건너 계단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세계다. 강남 한복판에서 계단 하나를 두고 너무나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 ⓒ 박소현


포이동 266번지의 풍경들어서자마자 주민들의 투쟁 의지를 담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저 편으로 보이는 깃발이 휘날리는 건물은 마을 회관. ⓒ 박소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직접 방문한 포이동 266번지는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서 보던 것과도 다른 느낌이었다. 흔들리는 깃발 아래에 붉은 배경을 바탕으로 한 포스터는 여러 번 보았던 익숙한 그림이다. 그 그림을 보자 비로소 내가 포이동에 와 있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온다.

포이동 266번지 주민등록 등재를 희망하는 그림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 그림이 포이동의 분위기를 한결 더 따스하게 느껴지게끔 만든다. ⓒ 박소현



   비좁은 골목길을 따라 '포이동인연맺기학교' 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포이동 266번지 마을회관마을 회관 벽에는 온통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포이동의 구조물들 벽 부근에는 예쁜 그림들이 가득하다. 따뜻한 그림들이 이곳을 한결 밝혀주는 듯하다. ⓒ 박소현




 자원활동을 하는 친구는 마을회관 2층 옥상을 먼저 보여주겠다고 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서도 벌써 내 눈에는 타워팰리스 건물이 들어왔다.  "저 건물 때문이야?" 라고 묻자 친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잡지사 같은 데에서 사진을 찍어갈 때에도 항상 여기서 찍어가."

높이 솟은 타워팰리스와 판자지붕들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거리에서 이렇게 다른 모습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포이동 266번지의 풍경. ⓒ 박소현




  취재를 하러 가기 전에 이미 기존의 기사와 자료들을 통해서 포이동 266번지에서 타워팰리스가 잘 보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광경을 마주하게 되자 정말 형용할 수 없는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솟아났다.

 생각 이상으로, 포이동은 많은 것들이 혼재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소위 '달동네'의 풍경을 담고 있으나 복잡하고 화려한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또 처음 들어설 때에는 어쩐지 음침한 느낌을 풍기지만 둘러보다 보면 따스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극히 양면적이고 복합적인 이 동네에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자라나고 있을지, 그 아이들과 소통하는 대학생 교사들은 어떠한 마음가짐을 하고 이곳에 오고 있을지 궁금했다.

인터뷰를 위해 나는 옥상에서 마을회관 안쪽으로 들어섰다.

 (다음 기사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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