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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휴식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부쳐

등록|2009.05.28 22:23 수정|2009.05.28 22:23
울컥 병이 가시질 않습니다. 틈틈이 울컥울컥 하다 몇 자 적어 봅니다. 내공이 부족하여 미흡하고 낯 간지럽더라도 가시는 길 소소한 소일거리가 되시길.

휴식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즈음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나지막한 산 비탈에도 허물어진 담벼락 끝자락에도
그저 비집고 비집고
한줌, 솜털 만한 햇살에 피었다 질 뿐입니다.
질 뿐이었습니다.
크고 작다라는 것이 구분을 위한 비교일지라
내 걸어온 길, 나의 상념들은 그저 인간의 무게인지라
더도 덜도 아닌 내 고집에 못 이겨
다만, 나는 내게 부끄럽더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죽어야 할 이유를 가슴에 품을 때
세상을 향해 내가 가진 전부를 던집니다.
평생을 올라도 닿을 수 없는 아련한 능선의 끝이
야속하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하여 잠시 쉬어갑니다.
다시 일어설 때는 나무로 풀로 날벌레로
그리고 이름 모를 어느 코흘리개로……
다시 이어서 걷고 달리고 하겠지요.

나는 잠시 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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