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가시는 길 편히 잠드소서...

등록|2009.05.29 09:29 수정|2009.05.29 09:32
아!
애통하고 분하고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토요일 새벽
벼락과도 같이 전화를 통해 날아든 소식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시계조차 들추어내는 치졸한 수사가 진행되는 터라,
1년이 넘는 동안 모든 주변사람들과
또 권 여사님과 그 아들, 딸까지 모두 붙잡혀가는 터라,
검찰은 조사하고도 구속처리 여부로 한 달이 넘도록 신경을 긁어오던 터라,
당당함을 제일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성품을 잘 아는 터라,

혹시나, 혹시나...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정신을 수습하고 봉하마을로 달려갔습니다.
아직 분향소도 다 마련되지 않았지만
봉하마을은 울음바다였습니다.
부엉이바위는 조금도 변함없이 서 있는데
부엉이바위에 의지하며 살아온 님은 가고 없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부엉이바위에 안겨버리셨을까...

애통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대표했던 님이기에...
그 뜻 다 못이루고 쓰러지심이...

분하고 분합니다.
가장 투명하고 의지대로 살려고 노력했던 님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가장 부패한 세력들에 의해
쓰러지심이 너무도 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민주주의가 이토록 후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들이 태산같이 쌓여 있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작은 차이때문에 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저로서...
님이 겪고 있었던 죽음보다 깊은 고통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님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우리의 논쟁은 끝났습니다.
민주당, 민주개혁 진영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은 끝났습니다.

누가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갔는지!!
우리 국민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누가 서민들의 목을 죄고
기득권, 가진 사람들만의 사회로 만들려 하는지
우리 국민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누가 거짓을 말하고
명박산성을 쌓아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지
우리 국민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님이 부엉이 바위 위에서 보았을 아름다운 다음 세상을 위해
님이 가르치고 있는 그 방향을 향해
비난없이, 갈라짐없이, 흐트러짐없이 나아가겠습니다.

민주주의와 민생의 회복과 분열의 극복을 향해...

님이여
온갖 고통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잠드소서....

17대 국회의원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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