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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생들, 브라이튼에서 님을 보냅니다

봉하 마을 발인에 맞춰 노 전 대통령 추도식 거행

등록|2009.05.30 19:31 수정|2009.05.30 19:34

▲ 서섹스 대학에서 추도식을 준비하고 있다. ⓒ 김여정


저희는 영국 런던에서도 떨어진 동남부 지역에 위치한 브라이튼에 있는 학생들입니다. 런던에 시민 분향소가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런던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는데 저희는 이역만리에서 술로 달래야 했었습니다. 대한문에도 가볼 수 없고 서울역 광장에 가볼 수 없습니다. 단지 멀리서 자주 끊기는 인터넷으로 간간히 서울의 사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내기는 너무나 가슴이 아퍼 학생들끼리 모여 작은 추도식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학교 안 교회를 대여해 주었고 대통령 추도식이라고 하니 기타 제반 준비를 도와주었습니다.

▲ 서섹스 대학에서 추도식을 준비하고 있다. ⓒ 김여정


봉하의 발인 시간에 맞추어 저희도 28일 저녁 9시에 추도식을 시작하였습니다. 추도식 몇시간 전에 장소랑 시간을 결정해서 많은 학생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단 한 명이라도 참석해도 추도식을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행사 준비하려고 30분 전에 도착했더니 벌써 많은 학생들이 교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보내기가 너무 죄스러웠는데, 이렇게 추도식을 해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행사 준비를 도와주었습니다. 그 많은 분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님을 보내려고 멀리서들 찾아와주었습니다.

▲ 한 학생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김여정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어서 간단하게 와인, 초, 향 그리고 노란 튤립과 국화로 진행하였습니다.

저희는 학생들이라 무엇을 어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정성을 다해 할 수 있는 만큼 준비를 했습니다. 저녁 9시 봉하의 새벽 5시 발인 시간에 맞추어 저희는 간단한 추도사를 시작으로 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신을 이제 정말로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여기저기서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추도식에는 이제 백일이 안된 아기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대학원생들까지 참석하여 당신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정말 멀리서 님을 보낸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지난 일주일동안 기숙사 방에서 다들 인터넷으로 한국 상황 보면서 눈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들 일주일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한국에 가볼 수 없어서 가슴 아파했습니다.

▲ 학생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 김여정


분향 후 아침이슬을 부르면서 멀리 영국 땅에서 님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상고 출신의 대통령이라고 그렇게 무시당했던 님을 생각하면 원통합니다. 존 메이저 총리는 학교를 7년 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아무도 그를 초등 출신의 총리라고 비하하지 않았습니다. 또 대처 총리는 야채가게 딸이었지만 아무도 그녀가 촌 출신의 무식한 집안의 딸이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았습니다.

▲ 학생들이 함께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 김여정


악의적인 발언들에 상처를 받았을 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다음 세상에는 차별없는 곳에 태어나서 당신을 꿈을 펼치기를 기원합니다.

멀리 영국 브라이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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