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앙기 모내기 현장, 한번 보실래요?

지금 농촌은 모내기가 한창

등록|2009.05.31 10:50 수정|2009.05.31 16:59
 요즈음 모내기가 한창이다. 길을 지나다 보면 농촌 곳곳에서 모내기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마을사람들이 못줄을 띄워가며 손으로 직접 모(손모)를 심었는데, 지금은 이앙기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모(기계모)를 심는다. 따라서 품앗이로 모내기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북적되는 농촌의 모내기 풍경은 옛말이 됐다.

모내기 광경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임재만


비오는 날 모내기 광경비오는 날에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임재만


예전에 모내기는 마을 집집마다 돌려가며 품앗이 모내기를 했다. 오월 중순에서부터 유월초순 사이에 모내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때에는 농부들이 너무 바빠 허리를 펴 볼 틈조차 없고, 몸이 어지간히 아파도 쉬지 못하고 참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농사는 때를 놓치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일찍이 아침을 먹고 그날그날 모내는 집의 논으로 모여든다. 사람들은 모자리판(모를 키운곳)에 둘러 앉아 손으로 모를 뽑고, 논주인은 소를 이용하여 모 심을 논을 써래질 하느라 바쁘다. 모자리판에서는 간밤에 각자 물고 온 이야기로 아침인사를 시작하며 정신없이 모를 뽑는다.

잠간 볼일이라도 있어 논 밖으로 나와 보면 다리에 시커먼 거머리가 붙어 있다. 순간 아주머니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며 거머리를 떼느라 야단을 떤다.

"엄마! 이거 뭐야"
"으이 ! 거머리 쟎아"
"이걸 어떡해?"
"오늘 아침 먹은 거 말짱 도로묵이네"

그 징그러운 거머리를 얼떨결에 보고 있으면 겁도 나고 소름이 돋힌다. 거머리는 얼마나 피를 많이 빨아 먹었는지 몸이 잔뜩 부풀어 있다. 어떤 것은 잡아당겨도 잘 떨어지지가 않는다.

바쁜 농부들논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 ⓒ 임재만


몸에 붙은 거머리로 한동안 소란을 피우고, 모내기 할 논으로 이동을 하면 갑자기 의욕이 떨어지며 다리에 힘이 빠진다. 이렇게 모두들 무기력해 질 때  논 주인은 막걸리와 새참을 가지고 와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때 논두렁에 둘러 앉아 먹는 막걸리 한 사발과 따끈한 돼지고기 찌개의 맛은 잊을 수 없는 꿀맛이다. 생각 같아선 자리 잡고 앉아 종일 먹고 싶지만 주인장의 눈총 때문에 한두 잔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본격적인 모내기에 돌입한다.

양쪽 논두렁에서 나이 드신 어르신이 소리를 지르며 못줄을 잡아 띄우면 모두 허리를 굽혀 모를 심기 시작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모를 심고 계속 못줄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요령을 피우기가 쉽지 않다. 만약 요령이라도 피워 정해진 시간에 자기 구역의 모를 심지 못하면 주변사람의 눈총을 맞기일수다. 왜냐하면 모심는 속도가 느려지면 일 끝나는 시간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쁘게 못줄이 정신없이 넘어 갈 때 쯤, 누군가의 짓궂은 농담으로 들녘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만다. 그때 잠시 틈을 내어 하늘을 바라보려고 허리를 세우면 허리가 너무 아파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앙기이앙기로 모를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임재만


이앙기로 모를 심는 모습고등학생이 능숙하게 이앙기로 모를 심고 있다 ⓒ 임재만


이앙기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마치 손으로 모를 심듯이 이앙기는 한꺼번에 몇 줄씩 모를 심으며 빠른 속도로 나간다. 이앙기가 지나간 뒤로는 파란 금을 긋듯 논에 녹색 줄이 여러 줄 씩 동시에 그어진다. 예전에 여러 명이 달려들어 손모로 한나절을 심었지만 이제 3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모줄 띄우는 사람도 없고 짓궂은 농담을 하는 사람도 없어 예전보다 많이 썰렁하지만 그래도 쉴 사이 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엔진소리가 농촌 들녘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어찌 보면 기계가 다 알아서 모를 심어 주는 것 같지만 이앙기에 정성을 쏟는 농부의 노력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수하면 일을 모두 망치기 때문이다.

농촌의 모습모내기가 끝난 곳에서 휴식하는 모습 ⓒ 임재만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스러운 서거로 다소 모내기가 늦어진 느낌이다. 많은 국민들이 큰 슬픔에 잠겨 있지만 농사는 때가 있기에  더 이상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늦게나마 노 전 대통령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하며, 모내기로 바쁜 농민들에게도 모내기가 차질 없이 잘 이루어져 농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