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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 사는 세상'

등록|2009.06.01 09:50 수정|2009.06.01 09:50
5월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30일 토요일 나들이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전철에 올라 피곤한 몸을 쉬고자 출입문 한켠으로 자리를 이동해 봅니다. 물론 자리가 없었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 속 메마른 풍경을 쳐다보며 화서역이 빨리 스피커방송에서 안내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역인 성균관대역에 도착하자 반대편 고가도로 밑 비탈길로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올라가는 작은 노인 한 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 가량 다소 의기소침한 상태로 지내다 보니 전철안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보다 창밖으로 더 시선이 가던 찰나였죠.

키 작은 노인은 몸이 성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자신의 몸보다 몇 배 더 큰 수레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수레는 움직일 생각조차 안 보였구요.

바로 그 순간 한 아이를 가슴에 업고 지나가던 젊은 애기 아빠가 멈칫거림도 없이 바로 손수레 뒤편으로 자리를 옮겨 손수레를 뒤에서 밀어줍니다

자신과 관련없는 한사람이 지나가는 동안 무표정하게 시선처리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젊은 아빠는 자기 가족의 일이라도 된듯 애기를 업고 있는 불편한 상태였지만 조금의 거리낌도 없어보입니다

그 옆으로 아이와 걷던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젊은 애기엄마까지 같이 동참하기위해 손수레 뒤로 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손수레 뒤에 붙어 두팔을 걷어붙인 두 남녀 그들은 한 가족이었나 봅니다. 역시 부부는 닮아간다는 게 맞나봅니다.

창밖 너머로 보고 있던 제 자신은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내 자신도 저 상황에 마주친다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내 가족의 일처럼 온 힘을 다 할 수 있었을까?

전철 정거장에 머문 시간은 몇 초일지 몰라도 사랑이 넘쳐나는 길거리를 보는 제 눈과 가슴은 시간이 멈춰버린 것과 같은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따뜻한 사랑을 가진 정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두 부부를 보며 가슴으로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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