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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지금 사과하시면 내년에 봐 드리죠

[주장] 내년 지방선거는 노무현 서거 1주기, 정부여당 고집피우면 국물도 없다

등록|2009.06.01 16:57 수정|2009.06.01 16:57
날짜를 꼽아보니 내년 지방선거(6월2일)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현 정부와 여당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지금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잠재우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경찰버스를 동원해서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있고, 광화문 분향소는 없앴다가 다시 설치한다며 우왕좌왕하고 있고, 그것도 '전경의 실수'였다며 어설픈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개혁성향 의원들 외에는 "조금 기다려, 다 수그러들거야"라며 '시간 떼우기'로 일관합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입니다. 영결식에서 슬쩍 미소짓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백원우 의원의 고함소리에 영부인은 '무시하라'는 말을 한 것이 한 카메라에 입모양이 포착되고 말았습니다. 

청와대, 정부여당, 경찰 등 긴장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많이 무시당했습니다. 보수 언론으로부터도 무시당했고, 정부와 여당으로부터는 취급도 못 당했습니다. 경찰에게는 곤봉과 군홧발, 그리고 방패로 두들겨 맞으며 무시 당했고, 보수집단들에게는 "지가 찔리는게 있으니 죽었지"라며 진정성마저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두고보겠습니다.

지금의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잊혀질'때가 오겠지요.

하지만 지금 정부와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은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2일은 공교롭게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추모의 분위기가 되살아난다는 뜻입니다. 지금 경찰과 정부에 의해 짓눌려야 했던 '불씨'가 조만간, 1년 뒤에는 다시 피어오르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아마도 노사모와 지지자들은 그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식을 비롯해 촛불집회, 문화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故 노무현을 기리게 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선거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솔솔 피어오르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모르지만 한나라당은 지금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대통령을 설득을 하든, 정부를 압박을 하든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 또는 '담화문' 발표를 하도록 하고, 내각을 총사퇴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타는 목마름'에 시원한 생수를 붓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야당, 2010년 지방선거는 "이게 왠 떡"

반대로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남기신 가장 큰 선물보따리가 될 것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후보 등록만 해 놔도 절반은 먹고 들어갈 공산이 큽니다. 단지 그들은 지금 정부여당의 만행을 되새기도록 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민주당 또한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책없이 '노무현 효과'에 편승하려한다면 같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니까요.

국민들의 기억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에 보여준 추모의 열기는 아마도 노무현 서거 1주년이라는 대 이벤트를 맞이해서,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부디 정치권에서는 이 점을 명심들 하셔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마음껏 추모를 할 수 있도록 서울광장을 개방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죄하며, 내각을 총 사퇴시키고, 검찰에 책임을 묻고, 봉하마을에 관광객들이 찾기 쉽도록 교통편의시설을 갖추고, 오리농법을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 고인을 떠나보낸 슬픔에 젖어있는 마을 주민들과 유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 이 정도라도 해 준다면 내년에 한 표 더 봐 드릴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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