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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부엉이바위로 내몰아선 안 됩니다"

김근태, MB에게 공개편지... "공안통치 유혹 벗어나야"

등록|2009.06.02 16:22 수정|2009.06.02 16:48

▲ 지난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이 조문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엄수된 지 나흘이 지난 가운데,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신공안통치 폐기와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김 전 의장은 2일 '국민을 부엉이바위로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통해 "대통령께서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공안통치의 유혹에 빠지면 무서운 재난이 우리를 덮칠 것"이라며 "공안통치의 유혹을 떨쳐 버리라"고 호소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경찰력을 앞세워 국민들의 자발적 분향소를 철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노제가 치러진 서울광장마저 차벽으로 둘러치고 추모를 막아선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탐욕스러운 조중동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김 전 의장은 500만 명이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한 배경과 관련,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 모습에서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며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일자리조차 몽땅 비정규직인 상황 등에 내몰린 국민의 처지와 노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아서 눈물을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부엉이바위에 선 노 전 대통령의 짙은 외로움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라며 "그 외로움을 대통령께서 부둥켜 안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대통령께서는 경찰력과 수구언론의 힘으로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그때 끈 촛불을 국민들의 가슴 속에 다시 피워 올렸는데 이번에는 이 촛불을 어떻게 끄실 생각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장은 "청와대, 한나라당, 조중동 등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밀리면 다 죽는다', '물러서는 것은 곧 정치적 죽음이다'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그런 이유 때문인지 대통령께서는 다시 공권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또다시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생기고 갈등과 대립,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나는 그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의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유족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너무나 외로웠던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 너무나 서러운 국민들의 마음을 이명박 대통령께서 받아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어느 곳에서든 추모분향이나 추모집회를 방해하지 말고 미디어 관련법 등 다수의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MB법들이 국민의 합의로 처리할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주문한 뒤, 특히 "더 이상 탐욕스런 조중동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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