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부엉이바위로 내몰아선 안 됩니다"
김근태, MB에게 공개편지... "공안통치 유혹 벗어나야"
▲ 지난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이 조문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엄수된 지 나흘이 지난 가운데,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신공안통치 폐기와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김 전 의장은 2일 '국민을 부엉이바위로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통해 "대통령께서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공안통치의 유혹에 빠지면 무서운 재난이 우리를 덮칠 것"이라며 "공안통치의 유혹을 떨쳐 버리라"고 호소했다.
"탐욕스러운 조중동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김 전 의장은 500만 명이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한 배경과 관련,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 모습에서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며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일자리조차 몽땅 비정규직인 상황 등에 내몰린 국민의 처지와 노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아서 눈물을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부엉이바위에 선 노 전 대통령의 짙은 외로움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라며 "그 외로움을 대통령께서 부둥켜 안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대통령께서는 경찰력과 수구언론의 힘으로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그때 끈 촛불을 국민들의 가슴 속에 다시 피워 올렸는데 이번에는 이 촛불을 어떻게 끄실 생각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장은 "청와대, 한나라당, 조중동 등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밀리면 다 죽는다', '물러서는 것은 곧 정치적 죽음이다'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그런 이유 때문인지 대통령께서는 다시 공권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또다시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생기고 갈등과 대립,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나는 그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의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유족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너무나 외로웠던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 너무나 서러운 국민들의 마음을 이명박 대통령께서 받아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어느 곳에서든 추모분향이나 추모집회를 방해하지 말고 미디어 관련법 등 다수의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MB법들이 국민의 합의로 처리할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주문한 뒤, 특히 "더 이상 탐욕스런 조중동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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