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바보 때문에 소시민의 삶을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포토에세이] 물방울 이야기

등록|2009.06.03 15:00 수정|2009.06.03 15:00
물방울 사진

ⓒ 김민수


인생 길어도 돌아보면 아주 짧은 삶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실감하는 나이가 되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것이겠지요.
머리로 안다는 것과 실감한다는 것 사이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짧은 인생을 실감하는 순간, 시간적으로 오랜 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짧은 삶이라도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죽었으되 죽지 않은 삶이 있고, 살았으되 죽은 삶이 있습니다.
바보 같은 삶을 살다가 바보처럼 간 사람, 그러나 그는 살아있을 때보다 더 저미게 다가옵니다.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봇물처럼 일어납니다.

작은 물방울 하나, 그러나 그 물방울이 결국에는 바위를 쪼개고, 바다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얼마나 미련한 행동인지도 압니다. 그러나 내가 그 바위를 쪼개지 못해도, 내가 바다가 되지 못해도 그렇게 한 방울 두 방울 모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기적을 현실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물방울 사진물방울에 붉은 동백 두 송이가 새겨져 있다. ⓒ 김민수




한동안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소시민들의 평범한 삶 조차도 죄인냥 부끄럽게 만드는 현실, 그 현실은 도대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짧은 삶이었지만  바보의 삶이었기에 위대했습니다.
영악해야만 살아남는 세상에서 바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더군다나 그리 길지않은 인생을 실감할 때 조급증이라는 것이 밀려오면 또 얼마나 바보의 삶이 부질없이 보이는지 모릅니다.

찰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물방울들을 바라봅니다.
그들 나름대로 그 짧은 시간을 살면서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자기 몸 안에 갖자기 색깔을 담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삶에 충성하느라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끊임없이 향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도 짧은 삶이지만 위대했던 바보의 삶을 닮았습니다.
그가 있어 뭇생명들이 살아가듯 먼저 간 바보가 있어 이 역사는 죽지않고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 역사는 죽은 듯 숨죽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잠들려는 숨죽임이 아니라 신새벽 어둠을 뚫고 일어나기 직전의 설렘으로 숨죽이고 있습니다. 그 숨을 힘껏 몰아쉴 때, 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이들이 놀라 달아날 것입니다.

촛불 하나, 그것이 얼마나 많은 어둠을 몰아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촛불 하나, 또 하나 모여지면서 어둠은 발붙일 자리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물방울 하나가 모이고 모여 바다가 되듯, 촛불의 바다는 어둠을 삼켜버릴 것입니다.

내 마음에도 촛불 하나, 이 역사에도 촛불 하나 켜놓고 어둠을 몰아내야겠습니다.
짧은 삶을 살았던 바보 때문에, 그냥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싶은 내 꿈은 영영 이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