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민적 비탄의 통절함

등록|2009.06.03 15:17 수정|2009.06.03 15:17
오래 전의 일이다.
지인의 천거로 신축한 주유소의 소장으로 들어갔다.

입사하기 전 주유소의 사장님을 만나 면담을 가졌는데
입사 당시에 내가 사장님께 드린 약속은
'대전에서 가장 매출이 많은 주유소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기 힘들었다.
당시는 나대지에 대한 정부의 세금 중과(重課)로 말미암아
땅을 가진 사람들은 우후죽순처럼 주유소를 짓는 게 유행이었다.

24시간 영업 체제를 구축하고 이틀에 한 번꼴로
내가 야근까지 하는 강행군을 펼쳤으되 매출의 신장은 요원하기만 했다.
결국 나는 내가 한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는 자괴감에 스스로 사직원을 내고 나왔다.

그건 바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신봉하고 실천해야
마땅할 '책임(責任)'이라는 아주 당연한 귀결에 입각한 행동의 표출이었다.

책임이란 무엇인가?
책임이란 '무언가를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인 동시에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을 일컫는다.

오늘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수십 년 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우리의 민주주의가 하지만 깊은 어려움에 빠져있다고도 했다.

주지하듯 여당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지지율과 지지층이 급속히 빠져나갔다.
하여 야당인 민주당에게도 지지율이 반전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헌데 이러한 귀착은 그럼 왜일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지한 필자가 보기론
오늘날의 어수선한 상황에 누구라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정치인(정당)과
연예인의 인기는 사상누각(砂上樓閣)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집단이기도 하다.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에서 열거한 촛불집회와 관련한
공안정국의 조성과 KBS와  YTN 등의 낙하산 사장 파동,
그리고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과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 보복성 수사 등의 주장은 구구절절 옳은 것이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작금 국민들은 삼삼오오
모였다만 하면 이구동성으로 이런 원성을 쏟곤 한다.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으로 걸었던 전 재산 기부와
대학등록금 반값만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암만 봐도
영락없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연목구어(緣木求魚)인 것만 같애!"

기업의 CEO도 경영성과가 부실하면 책임을 지고
스스로 자리를 내놓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어떤 비극이자 국민적 비탄의 통절함 아닐까?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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