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고 가진 자들이 이렇게 밀어만 붙여 답답합니다"
서울대교구 김운회 주교 용산참사현장 방문, 유족들에게 위로 건네
▲ 서울대교구 김운회(루가) 주교가 3일 오후 용산 참사 현장 앞에 세워진 농성장을 방문,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주교는 "한쪽에선 귀찮고 듣기 싫은 소리일 수 있지만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며 중재 등 다각도의 역할을 고민할 것을 밝혔다. ⓒ 이경태
"교회가 큰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저 이렇게 아픔을 나눌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힘 있고 가진 자들이 먼저 열어줘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밀어만 붙이고 있어 답답합니다."
현재 한국 천주교를 이끌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 등 22명의 주교 중 한 명이 3일 오후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았다. 서울대교구 김운회(루가) 주교는 이날 용산 참사 현장 앞에 세워진 농성장을 방문, 유가족을 위로했다.
용산 범국민대책위의 홍성만 대변인도 "신부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곳 공간(현재 농성장)도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신부님들이 시국미사를 시작하면서 경찰이 그나마 방해를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주교도 "신부들이 힘이 된다니 고맙다, 힘들고 어려운 이와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사제의 소명"이라며 지난 3월 28일 이후 유족과 함께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문정현 신부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을 맡고 있는 이강서(베드로) 신부에게 공을 돌렸다.
김 주교는 이어, "이곳에 있는 신부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힘에 의해서 밀려버린 약한 사람들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힘을 모으고 좋은 결과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빈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특히 "교회든, 사회든 시각이 다 다르지만 지금 용산 참사 유가족들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든가"라며 "우리 신자들도 지금 상황에서 가장 외롭고,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쪽에선 귀찮고 듣기 싫은 소리일 수 있지만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며 중재 등 다각도의 역할을 고민할 것을 밝혔다.
▲ 3일 오후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한 서울대교구 김운회(루가) 주교가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 주교 뒤로 지난 3월 28일 이후부터 유족들과 함께 참사현장 농성장을 지킨 문정현 신부가 있다. ⓒ 이경태
이와 관련해 서울대교구의 빈민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이강서(베드로) 신부는 "불의에 고통받고 있고 약자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보인다는 가톨릭 교회의 전통과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신부는 "주교께서 차일피일 미루다 온 것이 아니라 계속 상황을 보고 받으시면서 어느 때 오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셨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오늘 오신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한 진일보를 주는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교께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으신 만큼 다른 주교님들도 오실 수 있고, 신부나 수녀들도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오실 수 있다"며 "(김 주교의 방문으로) 다양하고 긍정적인 가능성의 문이 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기정)는 지난 2일 '용산 참사'와 관련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충연(36)씨 등 철거민 9명이 "검찰이 전체 수사기록 1만 6천여 쪽 중 3천 쪽을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재판을 속개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며 낸 법관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즉각 항고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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