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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영어교사, 불법체류자 신세 코앞

합격통지서 발급해 놓고 입국하자 해고

등록|2009.06.04 16:01 수정|2009.06.04 16:30
원어민 영어 교사 선발 과정을 거쳐 입국한 미국인이 초청기관의 횡포로 자신이 불법체류자가 될 신세라며 도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더크 마틴(Dirk Martin, 42)은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원어민 영어 교사 프로그램인 EPIK (Teach English at Public Schools in Korea) 교사로 선발되었다는 합격증을 받았다. 지난 3월에 비자를 발급받고, 5월말에 입국했다.

하지만 더크 마틴은 아이들을 가르쳐보지도 않았는데, 해고 통지를 받았다. 경남교육청 담당 장학사에 의하면 "해고 사유는 피고용인이 'CRC(범죄사실 기록 확인서, Criminal Record Check)을 갖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부분은 중개업체를 통해 분명히 전달했는데, 그 사람이 갖고 오지 않아 해고한 것이다"라고 한다.

반면 더크 마틴은 "나는 작년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한국에서 일 년간 영어 교사로 일했었다. 이번에도 적법한 서류 심사를 거쳐 EPIK 합격통지서를 받고 1년 비자를 발급받았고, 근로계약을 하고 입국했다. 문제가 된다는 CRC는 FBI에서 발급받고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공증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해고되었으니 돌아가라 한다면, 항공료와 그간의 손실에 대해 배상해 주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출국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계약통보계약조건 등에 대한 언급이 있다. ⓒ 고기복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 이유는 이렇다. 원칙적으로 범죄기록확인서가 없으면 합격통지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야 하지만, 경남교육청에서는 피고용인인 더크 마틴이 비자를 빨리 발급받을 수 있도록 조건부로 근로계약서와 함께 합격통지서를 발급해 줬다. 조건부라 함은 근로개시일 이전에 범죄기록확인서를 제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크 마틴은 근로개시일에 맞춰서 범죄기록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서를 갖고 있었지만, 입국 후 주한미대사관 공증을 받는 데 약간의 시일이 소요됐고, 그 과정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 EPIK 담당자는 "구비서류를 갖추지 않았는데, 합격통지서를 먼저 발송한 것은 상당한 문책 사유가 된다. 자리를 내놓아야 할 정도의 실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을 부르는데 그런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라며 명백한 경남교육청의 행정 실수라고 지적했다.

합격통지 안내합격자 유의사항 ⓒ 고기복


한편 고용관계가 해지된 더크 마틴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출국 권고'를 받고 출국해야 한다. 만일 정해진 기한 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곧바로 불법체류자가 된다.

하지만 더크 마틴이 불법체류자가 되기를 작정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경남교육청에서 발급한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양측간에 분쟁이 생기면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재원에서는 "소액 사건이라 해도 분쟁이 생기면 양측의 답변을 듣고 심리하는 데 최소한 한 달은 걸릴 것이다. 출국권고 기간 안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한다.

인터넷을 하고 있는 dirk원어민 영어 교사 ⓒ 고기복


EPIK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 국민 혹은 교포를 대상으로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1년 비자를 발급받고 각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점차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현재 더크 마틴은 이 문제를 노동청에 진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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