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종단대표 모임, 결국 지관스님 불참 속 진행
이동관 "국론분열 적극적 언급 없어...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 얘기 많아"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7대종단 대표들과의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7대종단 대표 오찬 간담회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결국 불참했다.
지관스님은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과 환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정문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에서는 지관 스님의 청와대 오찬 불참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관스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최근의 사회흐름 및 분위기와 관련해 국민들이 느끼는 바와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오찬 거부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오찬 간담회의 대화주제는 최근의 남북관계와 노 전 대통령 서거 문제였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이 대통령이 "온 세계가 놀랐으나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도 북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보였고, 중국도 매우 격앙돼 있다"고 설명하자, 한 참석자는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고하게 비핵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는 "세간에는 대통령께서 6·15, 10·4 정상회담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 지적했다.
이 대통령,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는..." 강조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동안 일관되게 6·15, 10·4선언을 포함해 모든 남북간 합의서를 우리가 존중해야 하고, 이것의 이행방안을 협의하자고 얘기했다"면서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는 고 김일성 주석이 서명하고 북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된 공식 문서다"라고 설명해,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집권 후 첫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6·15, 10·4선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기본합의서가 1991년 체결돼 1992년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후 남북정상이 새로 합의한 합의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6·15선언과 10·4선언을 경시하는 태도로 해석되면서,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는 단초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간담회에서 "북에 식량 지원하는 나라는 있지만,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과 관련해서 한 참석자는 일부 방송의 보도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다른 참석자는 3일 있었던 서울대와 중앙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면서 왜 북한의 세습이나 핵실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게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 왜 북한세습·핵실험은 언급 안 하나"... "정치에 점수 주기 어렵다"
반면에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는 A학점을 받을지 모르지만, 정치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 노력해 달라. 우리 국민들이 정치의식이 높으니 그런 문제에 대해서도 경제문제 못지않게 신경 써 달라", "옛날에도 칭찬만 난무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부 내에서 칭찬과 비판의 두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가며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잘 새겨서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나 국민통합에 대한 주문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적극적인 언급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아세안과 관계나 저희가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외국 내보내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니까, 뜻밖에 많은 분들이 '아니 그런 건 왜 신문에 한 줄도 안 나냐, 방송엔 더더욱 안 나오고'라고 하더라. 대통령도 저를 혼내시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이 현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홍보해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관스님 불참문제에 대해 이 대변인은 "저희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은 개인적 사정 때문에 어렵게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과 다시 만남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불교쪽 종단 대표가 오셨으면 된 것"이라며 "불교계 내에서 또 따로 모이니까 오늘 오고간 이야기를 전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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