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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도시에서 농사 짓는다

등록|2009.06.05 09:39 수정|2009.06.05 09:39

▲ 옥상이 있는 주택에서는 얼마든지 농사가 가능하다. ⓒ 오창균


여름 초입이지만 옥상에 올라서면 장작불을 지핀 방구들에 앉아 있는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 매일 대여섯번씩 물통을 들고 옥상을 오르내리다 보면 구슬땀이 이마에 송송 달린다. 그러나 더위에 축 늘어진 잎채소들에 물을 뿌렸을 때 잎채소가 기지개를 펴듯이 파릇하게 일어서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10여 년 전 귀농의 꿈은 한해 두해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다가 더 늦기 전에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때쯤 '도시농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지난 2월부터 두달여간 주1회의 이론과 실습을 배워서 도시 농사꾼이 되었다.

도시농업은 근교에서 주말농장처럼 텃밭을 가꾸는것은 물론이고 주거지역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인데 옥상이나 집앞에 화분을 놓는 등 햇볕이 들어오는 곳이면 농사를 할 수 있다. 친환경적으로 직접 재배하여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없고 반찬값이나마 줄여 경제적 이득도 얻을 수 있다. 또 공동체 유대감과 정서적으로 매우 유익하다는 것은 두 말 할것도 없다.

▲ 햇볕이 비추는 작은 공간에서도 농사는 가능하다.(스티로폼 상자 텃밭) ⓒ 오창균


5평 정도의 텃밭을 분양받아 3월부터 흙을 고르며 씨앗과 모종을 심었고, 옥상에도 1평
정도의 텃밭과 10여 개의 텃밭화분을 만들었다. 집에서 왕복 두시간이 넘는 인천 부평의
텃밭을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귀농해서 정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훈련이라고 생각을 했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세번은 다녀야 할 정도로 일손이 많을 때지만 바쁜 일 떄문에
못 가면 안절부절이다. 옥상에 있는 텃밭을 매일 오르내리며 물도 주고 쑥쑥 자라는 작물들을 보면 잠시나마 근심걱정은 싹 잊어버리고  어떤 평안함에 도취되기도 한다.

밥상에 매일 올릴 만큼 채소들을 수확하는데도 다음날이면 금세 자라는 것이 밤에 요술을 부리는 것 같다. 텃밭을 가꾸면서 식단에 변화도 많이 생겼다. 또 채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도 텃밭에 가는 재미를 느낀 후부터 쌈 싸먹는 맛를 즐기고 눈치보며 먹는 시늉만 하던 된장(국)도 잘 먹는다. 같은 값이면 채소보다는 고기를 사먹던 습식관이 텃밭을
가꾼 뒤부터 채소 위주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요즘은 장바구니에 채소는 담지 않아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것도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귀농이나 농사에 관심이 있거나 소일거리 삼아 해보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시작해보자. 작은 텃밭 화분 하나가 지친 마음의 휴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일단 첫 삽을 뜨는 것이 중요하다. 농사 정보는 인터넷에 지천으로 널렸다.

작은 텃밭 화분이 생활의 활력이 될수도 있다.

ⓒ 오창균


덧붙이는 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농부학교'1기를 졸업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http://cafe.naver.com/dosinong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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