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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36일째, 억울한 그들은 또 배신당했습니다

6월 4일, 대검찰청에 수사자료 3천쪽 공개를 요구하기 위한 면담을 하러 갔건만...

등록|2009.06.05 11:43 수정|2009.06.05 11:43
1월 20일...유가족들에겐 평생 잊혀지지 않을 그 날...
그들은 정부를 향해 살려달라고, 여기 좀 보라며 망루 위로 올라갔으나
경찰진압으로 죽어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6월 4일, 흘러가버린 136일,

아버지 이상림씨를 잃은 아들 이충연씨는 경찰 진압 방해와 특공대원 1명을 숨지게 하고 10여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구속되어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범죄자가 되어있는 현실입니다.

이충연씨는 진압 당시 무릎인대가 파열되고 유독가스로 인한 폐협착이 생겼지만 구속에만 혈안이 오른 경찰은 그의 치료조차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리를 굽히지도 못할 지경에 있습니다.

아버지 양회성씨를 잃은 둘째 아들은 아버지 추모대회에서 경찰방패에 맞고 바닥에 깔려 무릎 연골이 파열되었습니다. 무릎 수술을 하자마자 완쾌도 되기 전, 목발을 짚고 아들이 나타난 곳은 아버지의 영안실...아버지 곁을 지키고 싶단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들이 무얼 그리도 잘못했습니까...

그들은 억울해서 철거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충분한 위로금을 더 받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먹고 살 수 있게끔은 해줘야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빚을 내고도 그저 자기 가게 하나 있는 것으로 기뻐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재개발 구역'이란 통보를 받았고, 나가라며 그저 폭력과 욕설만 일삼는 용역들과는 아무런 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112에 신고를 해도 경찰에게서 '쟤네들 웬만하면 건들지 말아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장사를 해야했기에, 용역들의 폭력에서 서로를 보호해야 했기에, 밥벌이를 해야 했으므로, 이렇게 거리에 주저앉을 수 없었기에, 그들은 철거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거대한 건설회사를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억울해서 망루위로 올랐습니다.

그들은 떠날 수 없었습니다. 고집도 아니고 아집도 아니었습니다. 여길 떠나면 당장 밥줄이 끊기고 집도 제대로 구할 수 없을 형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망루위로 올라갔습니다.
경찰에게, 국회의원에게, 정부에게, SOS를 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은 좀 다를 줄 알았습니다.
그들은 그래도 한 번쯤 이야기를 들어줄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경찰진압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겨진 유족들은 억울해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남편이 죽어간 그 곳에서, 차마 올려다보기조차 싫은 현장 앞에서, 
불에 그슬린 건물만큼이나 까맣게 탄 가슴 부여잡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정부가 이렇게 내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최소한 정부는 사과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며 민망해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100일 넘게 농성하면서도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남겨진 유족들은 억울해서 검찰까지 간 것입니다.

재판부에서 미공개 수사자료 3000쪽을 공개하라고 했음에도 검찰은 그러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재판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비겁한 변명을 하면서 말입니다.
유족들은 130여 일 싸워오며 영안실 이용비와 더불어 3억의 빚을 떠안고 있습니다.
천막농성을 하며 그 천막 아래 겨우겨우 생활해왔건만, 노 전 대통령 영결식날 경찰은 이들을 밀어내고 건물 철거 준비를 위한 펜스를 둘렀습니다.
당장 살아갈 앞길이 막막한 그들이 그럼에도 그 억울함을 어찌할 수 없기에 오늘 결국 검찰까지 찾아가 면담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6월 4일, 검찰에 의해 연행됐습니다.

그들 요구는 너무도 착합니다.
용산 학살을 방치하고, 유가족 동의 없이 폭력적으로 시신 부검을 강행한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즉각 이행하십시오.

뉴타운 재개발정책에 대한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철거민에게 대안적 거처와 적절한 이주보상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십시오.

경찰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찰특공대를 해산하십시오. 그리고 경찰과 용역깡패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규제할 수 있는 관련법 재개정에 당장 착수하십시오. 공안통치에 대한 중단선언도 뒤따라야 합니다.

범국민대책위가 시신부검을 다시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사망자와 부상자, 유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보상과 함께 구속된 철거민을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권력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요구사항입니다.
이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대체 미공개수사자료 3000쪽엔 무슨 내용이 있기에, 투명하게 자료공개하고 재판 하자는 유가족들을 연행까지 하셨습니까?
또 어떤 검은 손과 검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거냔 말입니다.

이미 너무 많이 아픈 사람들입니다.
당장 그들을 석방하세요.
살리려고 올라갔다면 살릴 수 있었을 아까운 사람들...
유가족들이 평온히 그 사람들 가슴에 묻도록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덧붙이는 글 http://our-dream.tistory.com/ 중복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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