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승부처에서는 장고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쇄신특위 활동 계속돼야"
▲ 지난 4일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희태 대표. ⓒ 남소연
당 쇄신 논의와 맞물려 소속 의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5일 "장고가 필요하다"며 지도부 사퇴보다는 친이-친박 화합책 모색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 우리 당이 승부처를 맞이하고 있다"며 "장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공성진·박순자·박재순·송광호·허태열 최고위원이 참석해 1시간가량 지도부 사퇴에 대해 논의했지만 지도부 사퇴와 반대 의견이 갈려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뒤 친박계 허 최고위원만 남아 박 대표와 10여 분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허 최고위원은 당 쇄신논의에 대한 친박측 의원들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했다. 허 최고위원은 독대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지금과 별 차이 없는 지도부가 새로 구성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 식상해할 것"이라고 자신과 친박계의 뜻을 전했다.
허 최고위원과 독대까지 끝낸 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인 문제를 잘 알지 않느냐. 원천적인 화해가 없이는 당이 한 걸음도 못 나간다"며 "그걸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쇄신논의가 친이와 친박으로 의견이 갈려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을 하루 전 연찬회에서 똑똑히 봤던 만큼, 사퇴를 해도 친이-친박 간 갈등해소의 계기를 마련해놓고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도부 사퇴가 관철되지 않으면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쇄신특위에 대해 박 대표는 "쇄신이 하루 이틀 해서 끝나는 것이냐, 긴긴 고뇌와 연구 끝에 나오지 않겠느냐"며 "쇄신특위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가 바둑 아마 5단이다. 5단에 걸맞은 장고를 하겠다"고 말해 '장고'가 길어질 가능성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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